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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 그라베마이어상 수상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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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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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진은숙 그라베마이어상 수상 기사 


在獨작곡가 진은숙씨, ′음악의 노벨상′ 그라베마이어상 
상상력이 일군 작곡계 쾌거…′대중과 교감하는 음악해야′ 


▲ 在獨 작곡가 진은숙씨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곡가 진은숙(陳銀淑)씨가 매년 세계 최고의 작곡가에서 수여하는 ‘그라베마이어 상(Grawemeyer Award)’ 2004년 수상자로 결정됐다. ‘음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 상은 상금이 20만달러(약2억4000만원)이다. 
진은숙씨는 서울대음대서 강석희씨, 함부르크음대서 리게티를 사사했다. 국내서 활동하는 미학자이며 칼럼니스트인 진중권씨가 동생이고 음악평론가 진회숙씨가 언니다. 

진씨는 베를린 ‘도이체심포니 오케스트라(DSO)’의 초빙작곡가로 위촉받아 작곡한 ‘바이올린협주곡’으로 이 상을 받게 됐다. 

진씨의 바이올린협주곡은 지난해 1월 베를린 필하모니홀에서 켄트 나가노가 지휘하는 DSO의 연주로 초연(初演)됐으며, 영국 BBC심포니,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등이 2005년까지 연주할 예정이다. 

진씨는 1985년 가우데아무스(Gaudeamus) 국제작곡콩쿠르에서 1등하고, 일본 도쿄도 150주년기념 국제작곡콩쿠르(1993) 작품상, 부르주(Bourge) 국제전자음악작곡콩쿠르(1999) 1등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내년 4월 미국 루이빌대학에서 열린다. 



′현대음악의 매너리즘 벗어나려 했다′ 


영국 런던의 ‘부지 앤 호크(Boosey & Hawkes)’출판사가 며칠 전 독일 베를린에 살고 있는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陳銀淑·42)씨에게 전화를 걸어 왔다. 동양인 작곡가로는 진씨가 유일하게 전속한 이 세계 최대 음악출판사 관계자가 “알려줄 소식이 있으니 일단 의자에 앉으라”고 했다. 

그 직후 의자에서 나뒹군 것은 진씨가 아니라 그의 세살배기 아들이었다. 진씨가 2004년 그라베마이어 상(Grawemeyer Award)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너무 놀라서 환호성을 지르자 의자에 앉아 조용히 놀고 있던 아들이 그 소리에 놀라 바닥으로 떨어진 것이다. 

“그라베마이어 상은 모든 작곡가들의 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워낙 유명한 대가들이 받아 왔고, 피에르 불레즈 같은 거장도 불과 2년 전에 수상했습니다. 최소한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지 않을까 여겼는데 올해 이 상의 수상자로 지명됐다는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진씨는 2일 조선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여전히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라베마이어상은 교토상과 함께 손꼽히는 작곡상이다. 교토상이 일종의 공로상이라면 그라베마이어상은 창조적 아이디어를 담은 작품에 주는 상이다. 

미국 실업인 찰스 그라베마이어(Charles Grawemeyer)가 1984년 모교인 켄터키주 루이빌(Louisville)대학에 기부한 900만달러로 만든 그라베마이어 재단이 제정했다. 진은숙씨의 한국인 최초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은 한국 작곡계가 거둔 쾌거다. 

1985년 루토슬라브스키를 시작으로 리게티(1986) 코릴리아노(1991) 타케미추(1994) 불레즈(2001) 등 당대 최고의 작곡가들이 이 상을 수상했다. 그라베마이어 재단은 작곡에만 시상하다 해를 거듭하며 종교·심리학·교육 등 인문·사회과학 5개분야로 폭을 넓혀 시상하고 있다. 

진은숙씨는 그가 지금껏 이룬 것만으로도 세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베를린필하모닉 음악감독)은 1999년 진씨를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인’으로 지목했다. 

‘앙상블 앙테르콩탕포렝’ ‘앙상블 모데른’ ‘크로노스 콰르텟’…. 우리 시대 대표적 연주단체들이 진씨에게 창작곡을 위촉해 연주하고 있다. ‘Akrostichon(말의 유희)’ ‘Fantasie mecanique(기계적 환상곡)’ ‘Xi(씨)’ ‘Double Concerto(이중협주곡)’…. 한곡 한곡 발표할 때마다 화제를 모으는 진씨를 그의 은사 강석희씨는 “시대를 앞서가는 상상력으로 21세기 현대음악계를 이끄는 리더의 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진은숙이 작곡에서 쌓아 가는 성과는 한국 출신 연주자들이 세계 무대서 거두는 수확 이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찬사의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최고 수준의 연주단체와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게 너무나 많습니다. 또 한국 출신으로 윤이상·강석희 선생님 같은 국제적 수준의 작곡가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의 장점은 그저 이분들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뿐입니다.” 



―그라베마이어상 수상작인 바이올린협주곡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저의 다른 작품도 마찬가지지만 현대음악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성격에 위배되지 않는 음악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화성의 구조도 아주 단순하게 바이올린의 4개 개방현(開放絃)에 기초를 두고, 악장도 고전적 4악장 구성으로 했습니다. 

길이는 약 25분이에요. 화성 구조나 악장의 분할이 단순한 데 비해 오케스트라 음향은 최대한 독특한 소리를 끌어냈습니다.” 

진씨의 바이올린협주곡은 이를 위촉한 베를린의 도이체심포니 오케스트라(DSO)가 2002년 1월 20일 베를린필하모니홀에서 켄트 나가노 지휘로 초연(初演)했다. 이때 바이올린 솔로를 맡은 비비안네 하그너(26)는 한국인 어머니와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연주자다. 

진씨는 하그너의 나이가 어려 처음에 주춤했지만, 연습과 연주과정에서 하그너가 단 한음도 빠뜨리거나 틀리게 연주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그너와 같이 작업하면서 너무 어렵거나 연주 불가능한 부분을 수정, 작품을 완성했다. 

이 곡을 내년에 버클리심포니·BBC심포니·LA필하모닉, 2005년 베를린필하모닉이 차례로 연주한다. 



―현재 작곡 중인 작품을 소개해주십시오. 

“루이스 캐롤의 ‘엘리스’ 이야기로 2개의 큰 오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LA오페라극장과 2006년 초연 예정으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뮌헨오페라극장과 2010년 초연 예정으로 ‘거울 뒤의 엘리스’를 오페라로 작곡 중입니다. 

런던신포니에타와 LA필하모닉, 오스트리아 세인트 필텐 페스티벌, 그리고 앙상블 앙테르콩탕포렝의 공동위촉 작품으로 2명의 소프라노와 카운터테너, 앙상블을 위한 곡을 쓸 계획입니다. 약 3주 전 피아노연습곡(에튀드) 5번을 탈고해 6개의 연습곡 사이클을 완성했고, 독일 첼리스트 알반 케르하르트를 위한 첼로협주곡(2007/07시즌), 베를린필하모닉 위촉작품(2007/08시즌)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작곡 경향, 스타일은 현대음악의 어떤 지점입니까? 

“전자음악과 어쿠스틱음악을 반반씩 하고 있습니다. 최근 2~3년간 전자음악에서 손을 놓고 있지만 곧 다시 시작할 겁니다. 저는 매너리즘에 빠진 현대음악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서양, 특히 독일어권에서 50년대부터 해왔던 ‘현대음악’은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작업을 했던 적 있고 그것으로 상도 받았지만 항상 마음 한구석에 이것이 내 음악이 아니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10여년 전부터 새로운 화성을 사용한, 그렇지만 지나간 서양의 조성음악과는 다른 음악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음악만을 듣는 청중보다는 일반 청중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곡을 쓰고 있습니다. 음악은 어떠한 차원에서라도 일반 청중과 교감해야지 자폐증환자와 같아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도이체그라모폰(DG) 레코드사는 진씨의 CD를 내년 가을 선보인다. 20·21세기 대표 작곡가를 다루는 ‘20/21’ 시리즈에 진은숙을 포함시킨 것. ‘말의 유희’ 등 4곡을 앙상블 앙테르콩탕포렝의 연주로 담아낸다. 이 CD는 앙상블 앙테르콩탕포렝, DG, 라디오프랑스의 공동프로젝트로, 한국의 금호문화재단과 일신문화재단이 협찬했다. 



―작곡의 미래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현대음악은 어렵다, 실험실음악이다, 불임(不妊)의 음악이다, 대중적이지 않다’ ‘현대음악이 미래에 고전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일부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대음악이 대중에게 접근하지 못하는 데는 음악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현대음악 가운데 극소수의 곡은 충분히 미래의 고전음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음악이 동시대를 반영한다’지만 실은 동시대의 일부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봐요. 음악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가 각기 극단적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현대사회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현대음악의 책임’ 외에 이런 현대사회의 복합성이 대중과 음악의 간극을 더 넓히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음악의 미래를 어떻게 보십니까? 

“미래의 연주자나 지휘자의 질은 얼마나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고 폭넓게 음악을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너무 공연계에 집중하지 말고 창작계에 눈을 돌려야 해요. 제 개인을 돌아봐도 유럽 출신이거나 유태인이 아니면서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을 한다는 것이 보통 힘든게 아닙니다. 

한국출신 음악가들은 국가의 아무런 지원없이 대부분 홀몸으로 뛰어야합니다. 창작을 지원하는 것이 당장은 쓸데없는 투자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진정한 미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에는 이런 식으로 한 개인이 자기 스타일을 가지고 작곡을 해온 역사가 비교적 짧은 편이고 서양에 비해 아직 이런 전통이 확고히 발붙인 상황이 아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작곡가들에게는 모든 것이 열려있고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용운기자 proart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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