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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의 노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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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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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아질수록 근심이 많던 다산


일반 사람들에게는 노욕(老慾)이 있기 마련입니다. 나이가 많아지고 여생이 많지 않을수록 헛된 욕심에 사로잡히고 이것저것 탐하는 추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먹을 것을 탐하고 명예를 탐하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참으로 곱고 아름답게 늙어가는 노인이려면 우선 그런 노욕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젊은 날에야 옳고 바르게 살았고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분도 늘그막에 욕심에서 헤어나지 못해 모두를 실망시켜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만절(晩節)이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말해집니다.

18 년의 귀양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와 다시 또 18 년을 살면서 학문을 마무리하고 많은 학자들과 학문이론에 대한 숱한 토론을 전개했던 다산의 노년기는 너무도 곱고 아름다웠습니다. 그의 짤막한 시 한 수가 그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둑어둑 강가마을이 저무는데 江村暮
성긴 울타리엔 개짖는 소리 걸렸네 疏 帶犬聲
차가운 물결에 별빛은 고르지 못하나 水寒星不靜
먼 산의 눈빛은 되려 밝아라 山遠雪猶明
끼니 잇는 일에야 좋은 계책 없건만 謀食無長策
독서 즐김에야 등잔불이 있다네 親書有短
깊은 근심에 마음 졸임 그치지 않으니 幽憂耿未已
어떻게 해야 일평생을 제대로 마칠까 何以了平生

밤[夜]이라는 제목의 다산 시 한편입니다. 길고 긴 겨울밤의 정경을 그리고, 가난한 삶이야 크게 바꿀 아무런 계책이 없건만, 등잔불이 비춰주니 책 읽는 데는 지장이 없노라는 이야기가 실감이 납니다. 늙어가는 몸이니 욕심이나 채우고 끝내자는 일반 노인들과는 다르게 깊은 시름에 잠기면서, 어떻게 해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가치 있고 유용하게 보낼 것인가를 걱정하는 그의 뜻이 너무나 높습니다.

강물 위에 별빛이 비추고, 먼 산에 눈이 가득 쌓인 겨울 밤, 근심과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노인 다산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한 시입니다. 우주와 천하를 걱정하면서 늙을수록 수심이 깊은 그의 태도가 멋지기만 합니다.

제 한 몸의 안위나 다지고 제 배만 배부르게 채우는 것을 최대의 욕심으로 여기는 소인배들과는 다른 한 차원 높은 다산의 늙음 보내는 삶을 우리는 행여 흉내내지 못할까요. 부럽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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