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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주 판사의 판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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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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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피해자가 없어야 하는데


요즘 또 세상이 밝게 보이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꿈으로 부풀어 오르기보다는 어둡던 과거로 회귀하는 사태들이 우리를 슬프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던 지금, 한 줄기의 희망과 서광이 보였습니다. 며칠 전 광주고등법원 이한주 부장판사의 판결문이 세상에 전해지면서, 이런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판사도 있단말인가라는 탄성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오송회사건’이라는 억울하기 짝이 없던 재판결과를 뒤집는 무죄선고에서, “그동안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심적 고통을 주고, 사법부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린 데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사죄드립니다”라는 판사의 발언은 두 세기 이전의 명재판관 다산 정약용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내용이었습니다. 물고문, 전기고문, 통닭구이 등의 해괴망측한 고문을 통해 억지 자백한 진술을 범죄의 구성요건에 충족시켜, 간첩으로 둔갑시키던 엉터리 재판이 독재시대에 얼마나 많았는가를 이번 재심재판은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몬 재판이라고 일컬어지는 ‘이계심사건’은 다산이 황해도 곡산도�:貫� 시절에 내린 명판결이었습니다. 잘못한 원님에게 백성 천여 명을 모집하여 강력한 항의를 했다고, 온 나라에 수배령을 내려 체포하려던 이계심을 다산은 무죄석방 했습니다. 판결이유로, “통치자가 밝지 못한 이유는 백성들이 제 몸보신에만 꾀가 많아, 통치자의 잘못을 보고도 항의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전제하고 통치자의 잘못을 보고 제 몸의 안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항의한 이계심은 표창을 했으면 했지 벌을 줄 일이 아니므로 무죄석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소나무 아래서 다섯 교사가 모여 시국을 비판하고 시국을 비판한 시를 읽었다고 국가보안법의 이적죄를 적용하여, 당시의 판사들은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한주 판사는 그런 오판을 바로잡았습니다. 『목민심서』의 형전(刑典)이나, 『흠흠심서』를 읽어보면, 재판의 최대 목적은 억울함을 없게 하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기기무원왕(冀基無寃枉)’ 즉 억울함이 없기를 바라서 『흠흠심서』를 저작하노라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군사독재 30년 세월, 얼마나 많은 억울한 재판이 있었던가를 법관들은 알아야합니다. 고인이 된 이광웅 시인이 하늘에서 억울함을 풀듯이 하루 속히 억울한 재판들이 다시 번복되는 기회가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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