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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하거나 아파하지도 않아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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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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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하거나 아파하지도 않아서야


동서고금의 역사나 인류가 살아온 족적을 더듬어보면 나라의 정치나 개인의 일이 잘 되어가고 잘 풀렸던 때보다는 그렇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말해지기를 치세(治世:잘 다스려진 세상)보다는 난세(亂世:다스려지지 못한 세상)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무런 물정을 모르고 살아가는 동물이나 식물이 아닌 인간이라면 자기가 하는 일에 향상(向上)이 없음을 걱정하고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함을 근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때문에 공자나 맹자 같은 성현들도 인격의 수양이 제대로 되지 못하고 학문이 제대로 진전되지 못함을 근심하고 걱정했을 뿐만 아니라, 세상과 나라가 제대로 다스려지지 못함에 마음아파하지 않을 때가 없었습니다. 공자는 『논어』의 위령공(衛靈公)장에서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라고 근심걱정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나로서도 어찌할 수 없을 뿐이다”(不曰如之何如之何者 吾末如之何也已矣)라는 지극한 탄식을 토로했었습니다. 어떤 위대한 인간도 자신의 학업이나 사업에 걱정이 없을 수 없고, 세상의 바르지 못한 세태에 근심을 놓지 않으면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심도 깊게 근심하고 걱정해야만 진취적인 삶으로 해결의 기미가 있지, 그냥 생각하고 무턱대고 살아서는 전혀 희망이 없다는 뜻이 공자의 의도였다고 여겨집니다.

이런 대목에서 다산은 또 명쾌한 해석을 내립니다.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란 걱정하고 아파하는 말이다. 학문하는 사람이 스스로 근심하고 마음이 아파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라고 하지 않는다면 성인도 이런 사람에게는 조치할 방법이 없다”라고 해석하고는, “착함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학업에 진전이 없음을 근심하고 세월이 함께해주지 않음을 슬퍼하면서 온종일 근심하고 탄식하며 속상해하고 마음아파해야한다”(向善之人 憂學業之不進 悲歲月之不與 夙夜憂歎 自傷自創:논어고금주)라고 풀이합니다.

개인의 인간적 향상에 부족함이 있음을 걱정하고 근심해야하지만 나라와 세상의 잘못됨에도 언제나 근심하고 가슴아파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요. 그래서 다산은 여러 곳에서 ‘상시분속(傷時憤俗)’, 시대를 아파하고 세속에 분개해야한다고 했습니다. 요즘 뒤틀려가는 세상의 일을 목격하면서 괜스레 ‘어찌할거나 어찌할거나’가 절로 나오고 학업과 인격수양에까지 근심이 겹쳐 답답한 마음에 밤잠도 설쳐지니 성인의 말씀이 그립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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