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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주시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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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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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이 주시는 시 글: 시인 도종환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를 하느님이 주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가 문학을 전공해서 내가 배운 재주로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주시는 거라고 믿습니다. 시 한 편을 쓰고 나면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시가 여러 달씩 안 써질 때는 하느님이 시를 주시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시를 쓰게 해 달라고 빌거나 원망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주시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시는 분도 하느님이요 주시지 않는 분도 하느님이시기 때문에 그분의 처분에 따릅니다. 내가 시를 쓰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도 하느님이 주신 것이요, 그 능력을 통해서 하느님이 하실 일이 있기 때문에 주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능력도 내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것이기 때문에 거두어 가실 때가 되면 거두실 거라고 믿습니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상’ 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상복이 없는 편이라서 그 동안 내가 받은 상은 별로 없습니다. 상보다는 인간이 주는 벌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다 하느님이 생각이 있으셔서 그렇게 하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솔직히 서운할 때가 없는 것 아니었지만 시 한 편, 책 한 권이 하느님이 주시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 상은 없습니다. 하느님이 시 한 편 한 편을 사랑으로 주시는 것 자체가 상이 아니고 무엇이라 말입니까, 받은 게 없는 게 아니라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그냥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한 일에 비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복, 무상으로 받은 사랑이 더 많습니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땅은 내게 많은 것을 그냥 주었다/ 봄에는 젊고 싱싱하게 힘을 주었고/여름에는 엄청난 꽃과 향기의 춤,/밤낮없는 환상의 축제를 즐겼다/ 이제 가지에 달린 열매를 너에게 준다/ 남에게 줄 수 있는 이 기쁨도 그냥 받은 것,/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이 시는 마종기 시인이 쓴 ‘과수원에서’라는 시의 한 부분입니다. 사과나무의 목소리를 빌려 ㅣ인이 우리에게 들여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는 것입니다. “땅에서, 하늘에서, 주위의 모두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받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받은 것은 잊어버리고 받지 못한 것만 탓하고 원망해 왔습니다. 우리는 모는 일에 고마워해야합니다. 우리가 받은 만큼 하느님께 돌려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하느님은 늘 지켜보고 계실 것입니다.

도종환 진길 아우구스티노, 시인 (천주료 서울주보- 말씀의 이삭 200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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