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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에 스며들게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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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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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은 꿰어야 보배


촉(蜀) 땅의 아이가 고운 구슬 수천 개를 얻었다.
너무 기뻐서 품에 넣고, 옷자락에 담고, 두 손에 움켜쥐고, 그리고 나머지는 입에 물고, 낙양에 가서 팔려고 했다.

막상 그런 상태로 길을 떠나 한참을 걷게 되자 너무 더워서 앞섶을 헤치니 품었던 구슬이 떨어졌다. 물을 건너다 몸을 숙이면 옷자락에 담았던 것이 흩어졌다. 기쁜 일을 보고 웃거나 말할 일이 있어 입을 열면 머금고 있던 구슬이 튀어나왔다.

벌이나 뱀처럼 사람을 해치는 물건과 갑작스레 맞닥뜨리면, 그 근심에서 자기를 지키려고 손에 쥐고 있던 구슬을 놓치고 말았다. 마침내 절반도 못 가서 구슬은 다 없어지고 말았다.

실망해서 돌아와 늙은 장사꾼에게 이 일을 말해주었다. 장사꾼이 말했다.

"아아, 아깝구나! 왜 진작 오지 않았니? 고운 구슬을 나르는 데는 방법이 따로 있단다. 먼저 좋은 명주실로 실을 만들고, 빳빳한 돼지털로 바늘을 만든다. 푸른 구슬은 꿰어 푸른 꿰미를 만들고, 붉은 것은 꿰어 붉은 꿰미를 만들지. 감색과 검은 색, 자주빛과 누런빛은 색깔 따라 꿰어, 남방의 물소 가죽으로 만든 상자에 담는다. 이것이 고운 구슬을 나르는 방법이다. 이제 네가 비록 만 섬이나 되는 구슬을 얻었다 해도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어딜 가도 잃어버리지 않을 수가 없을 게다."

오늘날 학문하는 방법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무릇 온갖 경전과 제자백가의 책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이나 많은 목록들은 모두 고운 구슬이라고 할 수가 있다. 꿰미로 이를 꿰지 않는다면 또한 얻는 족족 잃어버리고 말 것이다.


-정약용의 <소학주관>에서, 김준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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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은 반드시 내 것으로 만드는데 묘미가 있는 것입니다. 특히 지혜나 덕망은 남의 말이나 글을 접했다고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내 안에 소중이 간직하며 갈고 닦아 영혼에 스며들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그것이 깨달음의 과정을 거쳐서 나의 내면에서 영원히 살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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