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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중의 촉각과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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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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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 중의 촉각과 감각

현대음악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헝가리 작곡가 리게티 (G. Ligeti 1923- )가 어느 인터뷰 글에서 그는 피아노 작품을 쓸 때는 손가락이 건반에서 움직이는 느낌을 온전히 감지하면서 곡을 쓸 수 있어 좋은데, 반면에 그에게 바이올린을 위한 곡을 쓰는 것은 악기의 테크닉을 강도 있게 연구함에도 불구하고 늘 피아노만큼 촉각과 감각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마치 일본어로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여름 바이올린을 위한 독주곡을 작업하면서 나는 피치카토만을 위한 소품을 위해 손으로 직접 현을 뜯어보며 피치카토만이 내는 소리의 공명을 수없이 들어보았다. 그러면서 그 손의 느낌에 대한 리게티의 표현에 적극 공감함을 인식한다. 비록 서툴러서 악기를 잡고 손가락이 얼얼하도록 시도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아마도 작곡가만이 가지는 작업 속의 색다름 일 것이다. 인성을 위한 작업 중에는 목이 쉬도록 혼자서 실험해 보고, 가야금, 첼로, 바이올린, 기타와 같은 현악기들은 직접 악기를 잡고 시도해 본다. 물론 타악기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나에게 가장 접근이 어려운 관악기들은 호흡으로 음의 길이와 다이나믹을 실험해 본다. 그래서인지 금관악기는 아직도 감각과 촉각이 전혀 따르지 못하는 영역이어서 나에게는 여전히 많이 극복해야할 부분이기도 하다.
20대에는 작곡과 관련된 모든 추상적인 영역에 대한 답답함, 특히 대위(Counterpoint)에 대한 숨막힐 것 같은 답답함의 정도는 극에 달했었다. 30대에는 자신의 소리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 속은 늘 우울했다. 이제 해를 거치면서 그 답답함은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사이 또 다른 막막함이 나를 이끌고 있음도 알게 되었다. 요즘은 특히 하이든 (J. Haydn)과 슈베르트 (F. Schubert)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음의 절제된 사용과 악기의 과도한 테크닉의 사용을 금하는 그들의 작업하는 자세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로뎅(A. Rodin 1840-1917)은 어떻게 알았을까? 한 방울 한 방울 바위를 파고드는 물처럼 조용한 힘을 예술가는 가져야 한다는 것을...... 무더위 속에서 땀 흘리며 내공을 쌓는 작업은 더딘 진척이며 불확실 한 것이지만 로뎅이 인지한 것처럼 분명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열리게 됨을 알 것 같다. 눈앞이 열리는 현상은 참으로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일어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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