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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正祖)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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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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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正祖)가 가장 듣기 싫어했던 말
조선 5백 년의 역사에서 그래도 ‘백성들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생각을 실제의 정치에서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임금 두 사람을 꼽자면 전기에는 세종대왕이고 후기에는 정조대왕이었습니다. 유교정치의 기본이 민본(民本) 사상에 있었다면, 백성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 온갖 힘을 기울인 임금이 바로 세종과 정조였습니다. 백성들이 뜻을 펴고자 해도 문자를 알지 못해 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한글을 창제하는 위업을 이룩한 점을 생각하면 세종의 뜻을 알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같은 뛰어난 사상가이자 학자였던 사람이 칭송해 마지않았던 정조의 백성들을 아끼던 정신을 살펴보면 역시 정조는 분명히 탁월한 민본정치가였습니다. 다산이 형조참의(刑曹參議)라는 벼슬에 있으며, 정조와 형사재판에 관한 의논을 하며 나눈 대화에 대한 기록을 보면, 정조가 얼마나 백성들의 억울한 재판을 공정하고 바르게 고치려는 노력을 기울였던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착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을 싫어하는 것은 의(義)이고 지(智)이다. 큰 죄악이 있어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을 보고서도 그를 끝없이 살리려고만 한다면 이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四德)에서 의와 지는 빠뜨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덕이 되겠는가. 나는 대체로 한 사람이라도 죄 없는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하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지, 내가 살리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조정의 관료들은 몇 해를 두고 나를 섬겼으면서도 나의 뜻은 모르고 언제나 나를 보고 살리기만 좋아한다고들 말하니, 이는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跋祥刑攷艸本)
이러한 임금의 말씀을 들은 다산은 “아아, 성대하도다. 임금의 말씀이여!”(嗚呼盛矣 聖人之言也)라고 감탄을 연발하면서 정조대왕의 호생지덕(好生之德), 즉 인명을 존중하고 사람을 살려내려는 위대한 덕에 찬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선선(善善)오악(惡惡)’, 착한 사람을 착하게 여기고 악한 사람을 미워함이야 너무나 당연한 일, 사람 살려내기를 좋아한다는 칭찬에 겨워 착한 사람도 살려내고 반드시 죽여야 할 악한 사람도 살려준다면, 호생(好生)의 덕이 아니라 불의한 일이고 지혜롭지 못한 일입니다. 이를 잘 알고 있으면서도 한 치라도 억울한 죽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뜻에서 가능하면 살려주는 쪽으로 재판이 임해야 한다는 정조의 뜻이 참으로 위대하기 때문에 다산은 그런 정조의 덕에 감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어 그대로 법치주의는 엄격해야 합니다. 죄를 지으면 죗값을 치르고, 악을 행하면 악의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 나라는 탄핵이다, 특검이다, 재판이다로 온통 들썩거리며 요지경속입니다. 그깟 일로 무슨 탄핵이냐고 크게 소리치는 사람도 있지만 반드시 탄핵하여 나라를 바로 잡자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누구라도 죗값은 치러야하므로 행여나 ‘용서’나 ‘호생(好生)’을 빙자하여 법망에서 벗어나는 범법자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도 국민의 뜻입니다. ‘의’와 ‘지’에서 벗어나는 덕(德)은 덕이 아님을 알아 정의를 세우는 계기가 이번에는 반드시 오도록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합니다. 범법자가 빠져나가는 불의와 무지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전 성균관대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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