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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찾고, 함께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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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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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본욕구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그 다음으로 어떤 형태로든 즐기려는 여유를 찾게 된다. TV와 라디오, 비디오와 컴퓨터를 통하여 눈과 귀를 무의식 중에 혹사하면서 어느 정도 우리는 무감각 속에 길들임을 당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 순수 예술 중에 특별히 음악을 찾는다는 것은 오히려 늘상 생활 속에 젖어있는 여러분에게는 낯설기조차 하다. 대중 음악으로도 충분한데 무엇 때문에 소위 클래식이나 국악을 찾아서 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점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두 사람 이상이 모이게 되면 의례적으로 노래방을 찾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공간 속에서 모두가 가수가 된 것처럼 익숙하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기게 되었다. 우리의 놀이 문화는 어느덧 천편일률적이 되었고 대학생만 예외라고 할 수 없게 되었다. 필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의 현실이 이렇기에 대학 생활 속에서 순수음악을 접하기는 풍요 속에 빈곤처럼 무언가 낯설기만 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소리의 홍수 속에서 무감각해야만 살 수 있는 환경을 서로에 의해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강의 도중에도 수시로 들리는 호출기와 핸드폰의 경적, 아직도 공공 장소에서 문명의 이기를 서투르게 사용하기 때문에 입게 되는 피해 등 교내에서조차도 조용함 속에서 지낼 수 있는 개인의 권리는 이미 송두리째 박탈 당한지 오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음악이 없는데서 오는 낯설음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만큼 비정상적인 환경 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청각의 시달림이 어느 때보다 혹독하기에 일부러 어렵고 경직되게 느껴지는 소리의 예술은 소위 무엇인가 너무 고상하고 일부 가진 자들의 사치처럼 생각되어 대중음악보다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이 훨씬 적은 것처럼 느껴진다.
필자는 여러분에게 대학 생활 속에서 수많은 선택 중에 유독 순수음악만을 들으라고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여러분 모두가 보다 넓고 깊은 안목을 예술 전반에 걸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 전쟁의 시대가 21세기에는 도래한다고 한다. 여러분이 report 제출과 전공 서적 읽기에도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오로지 지적 배고픔만을 충족시키고 그저 즐기려는 자세가 아니라면, 늘 한 곳으로만 주시하고 있는 여러분의 시선을 예술 전반에 걸쳐 둘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떻게? 무엇을? 이라는 질문에는 여러분 각자가 찾아 나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우리는 이제까지 무엇이든 모르는 분야를 너무 간편하게 주입식으로 교육받아 왔기에 도무지 혼자서 무엇인가를 해보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생활 속에서 예술과 접촉하려는 관심과 시도는 그 결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자신의 감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됨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경험은 외국어를 접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고통을 많이 겪은 후의 사물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고, 마음의 느낌 또한 예전같지 않음을 우리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경험했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의 겉 모습에서는 시각과 청각의 깊이가 나타나지 않는다. 우리는 1.5의 시력으로도 맹인일 수 있고, 잘 들리는 청각으로도 마음의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을 수 있고, 튼튼한 심장의 박동을 느끼면서도 황폐하고 메마른 가슴일 수 있으며 IQ가 170이면서도 진짜 바보일 수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여러분 중에는 우리가 체험한 경제 성장의 속도처럼 문화 예술 분야도 그렇게 초속 성장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문화와 예술을 모르는
단편적인 사고의 결과이다. 예술을 느끼는 것은 학원에서 단시일에 집중적으로 배우는 것처럼 "빨리 암기"할 수가 없다. 보고 배운다는 말처럼 우리는 가장 가깝게 부모에게서 많은 것을 부지불식간에 배우게 된다. 문화 예술도 결국은 그에 대한 부모의 관심을 통하여 그 관심의 정도가 아주 서서히 옮겨지기 때문이다. 사실상 여러분 중에 어려서부터 부모와 함께 백화점과 음식점, 놀이동산을 간 경우는 많지만 부모 손에 이끌려 부모의 설명이 함께 하는 음악회와 미술관, 박물관을 간 경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부모의 책읽는 모습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문학을 접하는 경우도 드물었을 것이다.
70년대에 태어난 여러분들이 귀 아프게 듣는 말 중에 하는 전문가가 되라는 소리일 것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가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각계 각층의 문외한으로 인한 엄청난 시행착오와 낭비를 줄일 수 있게 되겠지만, 한편으로는 사고의 편협성으로 인한 위험 또한 간과할 수 없게 된다. 필자는 여러분 각자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폭 넓은 사고와 따뜻한 감성이 미술과 문학과 음악에 의하여 함께 어우러진 그 안에서 조화된 경원인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을 기대해 본다. 노래방도 비디오방도 가라! 그리고는 도서관에서 문학과 미술을 찾아보고, 음악 대학의 시청각 실에서 다양한 음악을 접하고 학교 밖에서도 예술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찾아내어 그 가치를 친구들과 함께 느끼기를 바란다.

경원 사랑 6. 대학 생활과 예술-음악 199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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