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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할수록 정수를 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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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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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할수록 정수를 둬라

‘한없이 느린 호흡, 화려하거나 번득이지 않고, 눈앞의 실리보다는 천천히 자신만의 페이스를 집요할 정도로 유지해 나간다.’

바로 절제의 승부사, 이창호 9단을 설명하는 문구다. 상대의 번개 같은 스피드에 말리지 않고 느릿느릿한 그만의 스타일로 대국에 임하듯이, 절제된 수로 바둑계의 고수가 된 이창호. 이 9단은 어렸을 때부터 전투적이거나 살벌한 수는 여간해서 단행하지 않았다. 수를 자랑하고 싶어 몸살이 날 나이인데도 그는 꾸준히 자제하고 판단하여 급전을 피했다.

특히 그의 절제됨의 미학이 발휘되는 지점은 궁지에 몰렸을 때다. 실리에서 뒤처지면 초조해지기 마련. 하지만 이 9단은 태연히 때를 기다리다가 마침내 추격에 성공하곤 한다. 뒤처질 때마다 조급함에 그만 강수를 던지거나 옥쇄(깨끗이 죽음)를 하고 싶은 충동이 없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누구나 괴롭듯이 나 역시 마찬가지다. 앞서가도 초조하지만 뒤에 처지면 더욱 초조하다. 그러나 불리하다고 해서 강수를 던지는 것은 억지일 때가 많다. 고통스럽더라도 정수를 두며 기다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낫다. 고통과 초조함 대신 오직 정성을 다하는 것으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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