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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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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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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표 하나에도(‘행복한 동행’ 중에서)

 

프랑스 작가 귀스타브 플로베르가 한창 작품에 몰두하고 있을 때 친구들이 찾아왔다.

“이렇게 화창한 날 아침에 책상 앞에 앉아 있다니, 어서 일어나게.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고.”

그러나 플로베르는 작품을 써야 하기 때문에 갈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할 수 없이 친구들은 그를 남겨둔 채 교외로 나가 이틀을 묵고 돌아왔다. 친구들이 돌아온 일요일 저녁, 플로베르가 기분 좋은 얼굴로 그들을 맞이하자 그중 한 명이 물었다.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이는데?”

“좋고말고. 일을 아주 많이 했거든.”

친구들은 작품을 얼마나 썼는지 궁금하다며 보여 달라고 청했다. 그런데 플로베르가 내민 원고는 이틀 전과 비교해 전혀 진전이 없었다. 친구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도대체 무얼 썼다는 건가? 우리가 보기엔 한 줄도 늘어나거나 달라진 게 없는데.”

그러자 플로베르는 종이 위 한 문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이 쉼표를 보게. 그제 쉼표를 쌍반점으로 바꿨다가 오늘 다시 쉼표로 바꿨다네. 이틀 동안 이것 때문에 내내 씨름을 했지. 지금 이렇게 흡족하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알겠는가?”

플로베르는 쉼표 하나에도 무수히 많은 고뇌와 숙고의 과정을 거쳤다. 최적의 단어 하나를 찾아내는 데 몰두하는 집요함, 작은 점 하나까지도 허투루 찍지 않는 치밀함이 감히 흉내 내지 못할 거장의 작품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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