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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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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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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는 사람


혼자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어느 날 전혀 가 본 적이 없는 어떤 산골로 들어서게 되었어. 아무리 가도 나무 한 그루 보이지 않는 황무지였지. 며칠을 무작정 걸었을까? 그러다가 인적이 없는 황폐한 마을에 도착했지. 인적이라곤 없을 것 같던 그곳에 저 멀리에 조그마한 검은 그림자가 언뜻 보이는 게 아니겠니? 그 그림자는 양을 치는 노인이었단다. 노인은 나에게 물을 주고 집에 데려가 잠자리도 주었지. 노인은 밤 늦은 시간에 도토리를 하나씩 집어 들고서 꼼꼼하게 가려내기 시작했어.

내가 "거들어 드릴까요?" 하고 말했지만, 노인은 "아니, 괜찮소."하며 고개를 젓는 거야. 마침내 제대로 된 도토리가 100개나 모아졌어. 그제야 양치기 노인은 하던 일을 멈추었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단다.

이튿날 아침, 나는 양치기 노인을 뒤따라갔어. 양치기 노인은 한참 동안 양떼를 몰고 가다 어느 조그만 골짜기에 있는 풀밭에다 양떼들을 풀어놓았어. 그리고는 쇠막대로 땅에 구멍을 파기 시작했어. 양치기 노인은 구멍마다 도토리를 하나씩 심고는 정성스럽게 흙으로 덮었지. 그래, 양치기 노인은 떡갈나무를 심고 있었던 거야. 누구네 땅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건 아무 상관없다며 양치기 노인은 모든 정성을 다해 100개의 도토리를 심었어.

갑자기 아들과 아내를 잃고 세상에 혼자 남게 되었던 양치기 노인은 이 곳에 들어와 양떼와 개 한 마리만을 데리고 살았다는구나. 물론 외롭기는 했지만, 산 속에서 조용히 사는 것도 괜찮았대. 어느 날 양치기 노인은 무언가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싶어졌던 거야. 그래서 그 노인이 시작한 것이 바로 이 황무지에다 나무를 심는 것이었어. 나무가 없는 땅은 죽은 거나 다름없다는 것이 양치기 노인의 생각이었거든.

양치기 노인은 3년 전부터 이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 왔다는 것이야. 그리고 그 동안 10만 개의 씨앗을 심었는데, 그 중에서 2만 개가 싹을 내었대. 그런데 그 중에서도 절반가량은 앞으로 못 쓰게 될 것이라는 구나. 왜냐하면 산짐승들이 파먹기 때문이래. 그래도 굉장한 일이야. 나머지 1만 그루의 떡갈나무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게 되니깐.

그 이후에 전쟁이 일어났고 5년 간의 그 전쟁이 끝나고서 나는 그 마을에 다시 찾아갔지. 산은 온통 떡갈나무의 푸른 잎으로 울창했어. 그때부터 심었던 도토리가 뿌리를 내려 벌써 내 키보다 훨씬 더 크게 자라난 것이야. 나는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단다. 너무나도 감동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다구.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어 버렸는데, 이 양치기 노인 혼자서 이토록 엄청난 일을 해낸 거야.

게다가 나무가 점점 자라나면서 시냇물도 다시 흐르게 되었고, 산토끼와 멧돼지 같은 짐승들도 다시 찾아들었어. 그리고 사람들도 하나 둘씩 모여들어 채소밭도 가꾸고 목장도 만들었지. 그런데 아무도 양치기 노인 혼자서 이 모든 것을 이루어 놓았다는 것을 알지 못해. 조금 씩 조금 씩 변하면서 찾아온 이 새로운 세상이 저절로 된 줄로만 생각할 뿐이야.



-장지오노 <나무를 심는 사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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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의 이익과 상관 없는 일, 그러나 세상에 정말로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인류의 은인입니다. 그런 분이 무조건 존경받는 세상이라면 그곳은 바르고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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