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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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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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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의 새


류시화


히말라야 기슭
만년설이 바라보이는 해발 이천 오백 미터
고지대 한적한 마을에서
한낮의 햇살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에서
나는 보았다.
늙은 붉은 머리 독수리 한 마리
먹이를 찾아 천천히 공중을 선회하다가
까마귀 몇 마리에게 기습당하는 것을

원래는 자신의 영토였으나
이제는 까마귀들의 하늘이 된 곳에서
홀로 고독하게 날던 붉은 머리 독수리
까마귀들의 집중 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고
마을의 지붕들 위로 추락할 뻔했다.
그러나 붉은 머리 독수리는 초연하게 피할 뿐
까마귀들에 맞서 싸우려 하지 않았다.

히말라야 고산지대
만년설의 흰 눈을 배경으로
더욱 검고 탐욕스러워 보이는 까마귀들은
늙은 붉은 머리 독수리를 얕잡아보고
사방에서 겁없이 덤벼들었다.
나는 보았다.
독수리의 눈빛이 한 순간 흰 눈에 반사되는 것을

그러나 늙은 독수리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한 바퀴 공중을 선회할 뿐
까마귀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한낮의 태양이 매서운 눈처럼 쏘아보는 곳
원주민들이 히말라야 새라고 부르는 붉은 머리 독수리는
천천히 만년설을 향하여 날아갔다.
태양도 눈을 녹이지 못하는 그곳
까마귀들은 더 이상 그를 추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그 흰 눈에 눈이 부셔서
그곳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
‘相’은 ‘서로’라는 뜻과 ‘재상’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지만 처음에는 ‘재상’의 뜻으로만 쓰였습니다. 원래 이 글자는 木 위에 目이 결합된 것으로 나무 위에 눈이 있는 모습을 형용한 것입니다. 나무 위와 같이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시야가 넓지요. 나 자신과 세상을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며 큰 사람입니다. 그래서 재상이 될 수 있는 거지요.

큰 사람은 붉은 머리 독수리처럼 작은 먹이를 가지고 다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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