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를 내어라. 내가 어둠을 이겼다.” 공지영 작가 <의자놀이>(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 출간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29관련링크
본문
정의구현사제단 “성체훼손 사건,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 천주교에 사과할 일”
김기곤 신부 “우리 신앙의 중심인 그리스도의 존엄함마저 철저히 파괴한 경찰”
2012년 08월 14일 (화) 11:20:49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이 대한문 월요 미사를 통해 제주 강정 ‘성체훼손 사건’과 관련해 “이 일은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 천주교 전체를 향해서 사과할 일”이라며, 단지 서귀포 경찰서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 “적어도 경찰청장이 자진사퇴하여 사과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성체훼손 사건에 대해 교회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명의의 성명서 한 건으로 항의하는 데 그친 것을 안타까워하며, “교회 역사상 초유의 비상한 상황에 과연 이런 매우 일상적인 대응으로 정부를 향하여 과오의 심각성을 일깨울 수 있는지 한 번 묻고 싶다”고 덧붙이며 신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묵상과 토론을 부탁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8월 13일 대한문 앞에서 봉헌된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월요 미사는 김기곤 신부(전주교구 효자동성당)의 주례로 40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8월 8일 제주 강정에서 발생한 ‘성체훼손 사건’에 대해 묵상하고,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시간이었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김기곤 신부는 13일 아침 “강정 8월 8일 신앙의 신비, 성체모독 이후부터 연행, 부상, 숨막히는 나날입니다. 오전 11시 미사부터 일몰 공사 마감까지 양 정문에서 외로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성체의 존엄, 강정 주민의 존엄을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정현 신부의 문자메시지를 소개하며, 용산참사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4대강 사업, 핵확산정책 등 정부가 인간과 자연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마침내 우리의 신앙의 중심인 그리스도마저도 얼마나 인간 손에 의해서 처참하게 그 존엄함이 파괴되는지를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존엄함의 근간이며 존엄함을 지켜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다시 한번 기도 드렸으면 좋겠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는 미사 강론을 통해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대한문 앞에서 통곡했던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를 떠올리며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화 신부는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고 탄식하고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어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해고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만 3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지난 8월 6일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한 공지영 작가가 “쌍용차 사태는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한 점을 상기시켰다. 공지영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며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김진화 신부는 “우리는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대한문 앞에 모였다며 “이것이 연대성”이며, 이러한 위로와 지지를 통해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우리의 작은 손이 위로가 되길
2012. 8. 13 월요 미사 강론 ㅣ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
▲ 김진화 신부
내일모레가 우리 민족의 해방절입니다.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곳 대한문,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가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는 이곳에서,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예정에도 없이 방문했던 이곳,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찾은 이곳. 지금 우리는 이곳에 와 있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고 우울해서 모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들도 답답하고 우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 호소하고 우리의 다짐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새벽 런던 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보름 넘게 국민들의 눈과 귀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스포츠 애국주의를 강요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금메달 수만 보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줄만 합니다. 경제적으로 봐도 우리가 10번째 경제대국이랍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우리가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을 보면 참 잘했어요.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그들을 움직이는 음모의 힘은 한심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심 판정 앞에서 어처구니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스포츠를 국가 대 국가의 싸움으로 몰고 가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집단적 애국주의로 몰고 가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현실, 특히 노동 현실을 보면 더욱 더 절망적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지키는 기준, 그런 상식과 거리가 멀게 돌아가는 이 땅의 노동 현실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가톨릭사우회 지도신부입니다. 지도신부를 맡기 전까지는 ‘현대 직원들은 월급도 많다는데 도대체 왜 파업하나?’ 한번씩 생각하였습니다. 부자 노동자들인데, 반절도 못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저렇게 파업을 하는가? 가서 보니까 정말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20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얼마인지 혹시 아세요? 저는 최소 3백~4백만 원은 받는 줄 알았어요. 확인해보니 160만 원이에요. 2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그럼 그것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 잔업, 특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10시, 11시까지 일을 해야만 되는 거죠. 토, 일요일이면 시급을 3~4배 더 줍니다. 밤 10~11시까지 매일 일하고 토,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4백~5백만 원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아니라 돈 버는 부품, 기계일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을 향해서 ‘부자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일해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가정도 포기하고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모조리 포기하고 종교 활동도 포기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합니다. 그 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였습니다. 전투 헬기를 동원하고 최루액을 부어 가며, 용산참사에서 보았던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군사작전 하듯 진압을 했습니다. 그전에 전기도 끊고 물도 끊고 가스도 끊고 의약품과 음식물까지도 반입을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비상발전기로 도장공장의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전력을 사용하였답니다.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직접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사제단은 점거농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쌍용차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왔습니다만,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업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 전 신규채용 공고를 냈답니다. 참으로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6일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를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합니다.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업하면 뭐합니까?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취직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사태는 올바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공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아두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호각 소리가 나면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이지요. 필연적으로 몇 사람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아웃 되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이 수가 얼마 되지 않고 무기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여기 모였습니다. 이것이 연대성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좌절하고 절망할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잡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우리의 작은 손이 쌍용차 사태로 지치고 절망 속에 있는 해고자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행동이 그들을 치유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도 치유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지치고 절망적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한데 그 치유의 힘은 서로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우리 힘을 냅시다. 이렇게라도 해야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어둠을 이겼다.”
우리의 작은 손이 위로가 되길
2012. 8. 13 월요 미사 강론 ㅣ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
▲ 김진화 신부
내일모레가 우리 민족의 해방절입니다.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곳 대한문,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가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는 이곳에서,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예정에도 없이 방문했던 이곳,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찾은 이곳. 지금 우리는 이곳에 와 있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고 우울해서 모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들도 답답하고 우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 호소하고 우리의 다짐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새벽 런던 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보름 넘게 국민들의 눈과 귀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스포츠 애국주의를 강요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금메달 수만 보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줄만 합니다. 경제적으로 봐도 우리가 10번째 경제대국이랍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우리가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을 보면 참 잘했어요.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그들을 움직이는 음모의 힘은 한심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심 판정 앞에서 어처구니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스포츠를 국가 대 국가의 싸움으로 몰고 가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집단적 애국주의로 몰고 가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현실, 특히 노동 현실을 보면 더욱 더 절망적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지키는 기준, 그런 상식과 거리가 멀게 돌아가는 이 땅의 노동 현실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가톨릭사우회 지도신부입니다. 지도신부를 맡기 전까지는 ‘현대 직원들은 월급도 많다는데 도대체 왜 파업하나?’ 한번씩 생각하였습니다. 부자 노동자들인데, 반절도 못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저렇게 파업을 하는가? 가서 보니까 정말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20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얼마인지 혹시 아세요? 저는 최소 3백~4백만 원은 받는 줄 알았어요. 확인해보니 160만 원이에요. 2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그럼 그것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 잔업, 특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10시, 11시까지 일을 해야만 되는 거죠. 토, 일요일이면 시급을 3~4배 더 줍니다. 밤 10~11시까지 매일 일하고 토,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4백~5백만 원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아니라 돈 버는 부품, 기계일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을 향해서 ‘부자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일해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가정도 포기하고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모조리 포기하고 종교 활동도 포기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합니다. 그 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였습니다. 전투 헬기를 동원하고 최루액을 부어 가며, 용산참사에서 보았던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군사작전 하듯 진압을 했습니다. 그전에 전기도 끊고 물도 끊고 가스도 끊고 의약품과 음식물까지도 반입을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비상발전기로 도장공장의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전력을 사용하였답니다.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직접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사제단은 점거농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쌍용차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왔습니다만,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업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 전 신규채용 공고를 냈답니다. 참으로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6일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를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합니다.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업하면 뭐합니까?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취직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사태는 올바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공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아두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호각 소리가 나면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이지요. 필연적으로 몇 사람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아웃 되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이 수가 얼마 되지 않고 무기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여기 모였습니다. 이것이 연대성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좌절하고 절망할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잡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우리의 작은 손이 쌍용차 사태로 지치고 절망 속에 있는 해고자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행동이 그들을 치유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도 치유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지치고 절망적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한데 그 치유의 힘은 서로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우리 힘을 냅시다. 이렇게라도 해야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어둠을 이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김기곤 신부 “우리 신앙의 중심인 그리스도의 존엄함마저 철저히 파괴한 경찰”
2012년 08월 14일 (화) 11:20:49 한상봉 기자 isu@catholicnews.co.kr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전종훈 신부)이 대한문 월요 미사를 통해 제주 강정 ‘성체훼손 사건’과 관련해 “이 일은 대통령이 나서서 한국 천주교 전체를 향해서 사과할 일”이라며, 단지 서귀포 경찰서장이 사과할 일이 아니라 “적어도 경찰청장이 자진사퇴하여 사과할 일”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성체훼손 사건에 대해 교회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명의의 성명서 한 건으로 항의하는 데 그친 것을 안타까워하며, “교회 역사상 초유의 비상한 상황에 과연 이런 매우 일상적인 대응으로 정부를 향하여 과오의 심각성을 일깨울 수 있는지 한 번 묻고 싶다”고 덧붙이며 신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한 묵상과 토론을 부탁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8월 13일 대한문 앞에서 봉헌된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월요 미사는 김기곤 신부(전주교구 효자동성당)의 주례로 40여 명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8월 8일 제주 강정에서 발생한 ‘성체훼손 사건’에 대해 묵상하고, 이 사태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시간이었다.
이날 미사 주례를 맡은 김기곤 신부는 13일 아침 “강정 8월 8일 신앙의 신비, 성체모독 이후부터 연행, 부상, 숨막히는 나날입니다. 오전 11시 미사부터 일몰 공사 마감까지 양 정문에서 외로이 투쟁하고 있습니다. 성체의 존엄, 강정 주민의 존엄을 위해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문정현 신부의 문자메시지를 소개하며, 용산참사 이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4대강 사업, 핵확산정책 등 정부가 인간과 자연의 존엄성을 파괴하고 “마침내 우리의 신앙의 중심인 그리스도마저도 얼마나 인간 손에 의해서 처참하게 그 존엄함이 파괴되는지를 보았다”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존엄함의 근간이며 존엄함을 지켜주시는 하느님 아버지께 다시 한번 기도 드렸으면 좋겠다”며 미사를 시작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는 미사 강론을 통해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대한문 앞에서 통곡했던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를 떠올리며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진화 신부는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다”고 탄식하고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이어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해고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만 3년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지난 8월 6일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한 공지영 작가가 “쌍용차 사태는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한 점을 상기시켰다. 공지영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며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론을 마무리하면서 김진화 신부는 “우리는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대한문 앞에 모였다며 “이것이 연대성”이며, 이러한 위로와 지지를 통해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도록 기도하자고 호소했다.
우리의 작은 손이 위로가 되길
2012. 8. 13 월요 미사 강론 ㅣ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
▲ 김진화 신부
내일모레가 우리 민족의 해방절입니다.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곳 대한문,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가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는 이곳에서,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예정에도 없이 방문했던 이곳,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찾은 이곳. 지금 우리는 이곳에 와 있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고 우울해서 모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들도 답답하고 우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 호소하고 우리의 다짐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새벽 런던 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보름 넘게 국민들의 눈과 귀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스포츠 애국주의를 강요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금메달 수만 보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줄만 합니다. 경제적으로 봐도 우리가 10번째 경제대국이랍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우리가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을 보면 참 잘했어요.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그들을 움직이는 음모의 힘은 한심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심 판정 앞에서 어처구니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스포츠를 국가 대 국가의 싸움으로 몰고 가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집단적 애국주의로 몰고 가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현실, 특히 노동 현실을 보면 더욱 더 절망적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지키는 기준, 그런 상식과 거리가 멀게 돌아가는 이 땅의 노동 현실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가톨릭사우회 지도신부입니다. 지도신부를 맡기 전까지는 ‘현대 직원들은 월급도 많다는데 도대체 왜 파업하나?’ 한번씩 생각하였습니다. 부자 노동자들인데, 반절도 못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저렇게 파업을 하는가? 가서 보니까 정말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20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얼마인지 혹시 아세요? 저는 최소 3백~4백만 원은 받는 줄 알았어요. 확인해보니 160만 원이에요. 2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그럼 그것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 잔업, 특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10시, 11시까지 일을 해야만 되는 거죠. 토, 일요일이면 시급을 3~4배 더 줍니다. 밤 10~11시까지 매일 일하고 토,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4백~5백만 원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아니라 돈 버는 부품, 기계일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을 향해서 ‘부자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일해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가정도 포기하고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모조리 포기하고 종교 활동도 포기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합니다. 그 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였습니다. 전투 헬기를 동원하고 최루액을 부어 가며, 용산참사에서 보았던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군사작전 하듯 진압을 했습니다. 그전에 전기도 끊고 물도 끊고 가스도 끊고 의약품과 음식물까지도 반입을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비상발전기로 도장공장의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전력을 사용하였답니다.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직접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사제단은 점거농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쌍용차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왔습니다만,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업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 전 신규채용 공고를 냈답니다. 참으로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6일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를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합니다.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업하면 뭐합니까?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취직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사태는 올바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공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아두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호각 소리가 나면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이지요. 필연적으로 몇 사람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아웃 되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이 수가 얼마 되지 않고 무기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여기 모였습니다. 이것이 연대성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좌절하고 절망할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잡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우리의 작은 손이 쌍용차 사태로 지치고 절망 속에 있는 해고자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행동이 그들을 치유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도 치유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지치고 절망적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한데 그 치유의 힘은 서로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우리 힘을 냅시다. 이렇게라도 해야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어둠을 이겼다.”
우리의 작은 손이 위로가 되길
2012. 8. 13 월요 미사 강론 ㅣ 김진화 신부(전주교구 봉동성당)
▲ 김진화 신부
내일모레가 우리 민족의 해방절입니다. 외세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해방절 ‘광복절’인데, 저는 지금도 외세로부터, 폭력과 억압으로부터, 그리고 독재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해방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곳 대한문, 김구 선생과 조병옥 박사가 을사늑약 소식을 듣고 통곡하였다는 이곳에서, 지금 저도 통곡하고 싶을 만큼 아직도 어둠의 세력에게 포위 당하고 식민지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센델(하버드대학교) 교수가 예정에도 없이 방문했던 이곳,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찾은 이곳. 지금 우리는 이곳에 와 있습니다. 너무나 답답하고 힘들고 우울해서 모였습니다. 쌍용자동차 피해자들도 위로를 받아야 하지만, 여기 있는 우리들도 답답하고 우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하느님께 호소하고 우리의 다짐을 재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연대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새벽 런던 올림픽이 폐막되었습니다. 보름 넘게 국민들의 눈과 귀와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스포츠 애국주의를 강요하던 올림픽이 끝났습니다. 금메달 수만 보면 미국이나 중국 등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줄만 합니다. 경제적으로 봐도 우리가 10번째 경제대국이랍니다. 이런 것들만 보면 우리가 선진국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만듭니다. 올림픽에 나선 선수들을 보면 참 잘했어요. 하지만 대한체육회나 그들을 움직이는 음모의 힘은 한심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심 판정 앞에서 어처구니없이 우왕좌왕하거나, 스포츠를 국가 대 국가의 싸움으로 몰고 가서 우리가 똘똘 뭉쳐야 이길 수 있다는 집단적 애국주의로 몰고 가는 모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현실, 특히 노동 현실을 보면 더욱 더 절망적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지키는 기준, 그런 상식과 거리가 멀게 돌아가는 이 땅의 노동 현실을 보면 참으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가톨릭사우회 지도신부입니다. 지도신부를 맡기 전까지는 ‘현대 직원들은 월급도 많다는데 도대체 왜 파업하나?’ 한번씩 생각하였습니다. 부자 노동자들인데, 반절도 못 받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저렇게 파업을 하는가? 가서 보니까 정말 저도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규직으로 20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의 기본급이 얼마인지 혹시 아세요? 저는 최소 3백~4백만 원은 받는 줄 알았어요. 확인해보니 160만 원이에요. 20년 동안 일을 했는데……. 그럼 그것 가지고 어떻게 사는가? 잔업, 특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밤 10시, 11시까지 일을 해야만 되는 거죠. 토, 일요일이면 시급을 3~4배 더 줍니다. 밤 10~11시까지 매일 일하고 토, 일요일까지 일을 해야 4백~5백만 원 되는 것 같아요.
이들은 열심히 일해서 가정을 먹여 살리는 가장이 아니라 돈 버는 부품, 기계일 뿐이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을 향해서 ‘부자 노동자들이 왜 파업을 하느냐’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기본적으로 일해서는 먹고 살 수 없습니다. 가정도 포기하고 자녀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도 모조리 포기하고 종교 활동도 포기해야만 그나마 살 수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김진숙 씨가 일년 사계절 내내 높은 크레인 위에 올라가서 목숨을 건 투쟁을 해야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말까 하는 사회.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하나뿐이어서 죽어라 일만 하다가 못 살겠다고 합법적인 파업을 해도 사측의 사주를 받은 일당 23만 원짜리 용역깡패들이 곤봉과 파이프와 전기충격기를 들이대는 나라. 더군다나 이런 사정을 불구경하듯 방조하고 묵인하는 경찰, 그리고 검찰들이 더 기세등등해지는 나라. 이런 나라에 우리가 지금 살고 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우리가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문제는 어떻습니까? 2009년 2646명의 노동자를 하루아침에 해고합니다. 그 해고에 맞서 77일 동안 파업 농성을 벌였습니다. 전투 헬기를 동원하고 최루액을 부어 가며, 용산참사에서 보았던 컨테이너까지 동원해서 군사작전 하듯 진압을 했습니다. 그전에 전기도 끊고 물도 끊고 가스도 끊고 의약품과 음식물까지도 반입을 못하게 하는 만행을 저지르면서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노동자들은 비상발전기로 도장공장의 페인트가 굳지 않도록 전력을 사용하였답니다.
2009년 7월 21일부터 쌍용자동차에서 직접해고를 당한 노동자들과 가족 22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런 슬픈 일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는데도 전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우리는 이 상황을 안타깝게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사제단은 점거농성이 시작된 2009년 이래 쌍용차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 왔습니다만, 상황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업 이전보다 오히려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복직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 전 신규채용 공고를 냈답니다. 참으로 비참한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지난 6일 <도가니>의 저자 공지영 작가는 <의자놀이>라는 책(쌍용차 사태의 심층 르포)을 출간했습니다. 출판기념회에서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를 또 다른 도가니”라고 규정합니다. 공 작가는 “쌍용차 사태가 도가니 사건처럼 그 배후에는 대형 회계법인과 법원, 검찰 등 상류계층의 ‘침묵의 카르텔’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의 진실을 파악하고 잘못을 바로 잡지 않는 한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고 잘라 말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대기업에 취업하면 뭐합니까? 일하는 사람을 이렇게 취급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취직해서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쌍용차 사태는 올바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공지영 작가는 말합니다.
<의자놀이>는 사람 수보다 적은 의자를 놓아두고 주위를 빙빙 돌다가 호각 소리가 나면 의자를 차지하는 게임이지요. 필연적으로 몇 사람은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아웃 되어야 하는 게임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 모였습니다. 이 수가 얼마 되지 않고 무기력한 것처럼 보이지만, 돈보다는 사람이 훨씬 중요하고, 지치고 힘든 서로에게 힘을 나누고 손을 내밀기 위해 여기 모였습니다. 의자를 차지하지 못하고, 의자를 빼앗긴 그들의 고통에 조금이라도 동참하기 위해서 여기 모였습니다. 이것이 연대성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좌절하고 절망할 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나의 손을 잡아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습니까? 우리의 작은 손이 쌍용차 사태로 지치고 절망 속에 있는 해고자들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기를 하느님께 기도드립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행동이 그들을 치유하게 만들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도 치유 받게 될 것입니다. 이 땅에 사는 우리 모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지치고 절망적이고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치유가 필요한데 그 치유의 힘은 서로에게서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우리 힘을 냅시다. 이렇게라도 해야 23번째 쌍용차 희생자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함께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어둠을 이겼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