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찬의 19번째 바이올린 독주회 한상우
 바이올리니스트 이예찬의 무대작업은 언제나 깊은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불과 10년만에 정기 연주회를 열 아홉 번 가졌다는 것도 그러하지만 현대음악 또는 창작곡을 무대에 올리면서 매회 세계초연 또는 한국 초연을 이어가는 그의 열정은 대단한 음악적 몰입이 아닐 수 없다.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않고는 무대에 올리지 않으려는 철저함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는 언제나 새로운 시도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청중과 함께 하려는 의도적 노력이 이제 고정 팬들까지 만들며 그의 무대 작업을 기다리게 한다.
창작곡에 대한 완전한 이해 그리고 그 이해를 뛰어 넘어 새로운 창조에 이르는 과정을 이예찬은 치열한 접근방법으로 소화해 내고 있으며 연주가로서의 그의 치열함은 음악적 믿음으로 승화되고 있다.
이예찬의 19회 독주회는 11월10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에서 있었다.
한국 초연인 루이지 달라피콜라의 디베르티멘토를 시작으로 황병기의 바이올린과 가야금을 위한 달아 노피곰 돋으사 , 벨라 바르톡의 루마니안 민속춤곡으로 전반부를 마친 그는 언니인 이혜성의 창작곡, 독주 바이올린을 위한 허 난설헌을 세계 초연하며 후반부를 시작했고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으로 끝을 맺었다.
손희령이 피아노를 맡은 이 날의 연주는 이예찬이 맨발로 무대에 섬으로서 여느 음악회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했는데 음악회의 중심은 음악 그 자체라는 점을 강조하듯 겉치레를 제거한
이예찬은 자유롭고도 신실한 태도로 자신의 연주행위로 몰입했다.
달라피콜라에서 이예찬은 매우 정교한 음악적 접근으로 소리의 질감을 더욱 확연하게 창출함으로서 12음기법에서 신고전주의 때로는 신비로운 음향의 세계를 남나든 작곡가의 의도를 풀어내었는데 새로운 레퍼토리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이예찬의 차별화 된 모습을 더욱 분명히 해주었다. 벨라 바르톡과 마지막 프로코피에프는 이를테면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전형적인 연주력을 보여준 것으로 리듬에 대한 감각적 해석과 피아노와의 섬세한 대화 그리고 단단한 보잉 테크닉에서 나오는 다양한 소리의 질감이 무대의 중심은 이예찬이 아닌 음악 그 자체임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특별한 관심은 황병기의 달아 노피곰 돋으사와 이혜성의 허난설헌이었는데 지애리의 가야금과 듀오를 이룬 동서양의 만남에서 두 사람은 정과 동, 느림과 빠름 그리고 정점을 향해 음악적 긴장감을 끌고 감으로서 단순한 두 악기의 만남이 아니라 새로운 음향의 세계를 창출해 내었다. 어찌 보면 연주가의 역할이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는데 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예찬, 지애리 듀오는 강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친자매인 작곡가 이혜성과 이예찬은 이미 자매라는 혈육의 의미에서 벗어나 당당한 창작 작업의 동반자로 새로운 음악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음향과 음악적 흐름이 매우 정돈되어 새로운 울림 즉 깊은 관조의 세계를 느끼게 했는데 창작품에 대한 철저한 해석과 책임 있는 이예찬의 접근이 창작과 재현과정의 유기적 결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시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