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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개척하려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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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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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음악


공자의 제자가 물었다.
"양자(陽子)의 음악은 어떠했습니까? 상당히 유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공자가 대답한다.
"참으로 훌륭했다. 그러나 나중에 생각해보니, 한 고비의 노력이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한 고비의 노력이라니요?"
"역시 마지막을 완성시키는 것은 사람에 달린 거야. 무엇이든 학문을 익히듯이 해야 한다. 내가 음악을 연습하던 때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내가 양자를 찾아가자 그는 내가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곡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열흘쯤 그 곡을 연습하고 있는 데 양자는, 이제 됐으니 다음 곡을 연습하자고 말하는 거야. 그러나 나는 가락은 알았지만 박자는 충분히 파악할 수 없었으므로 그렇게 말하고 당분간은 그 곡을 계속해서 연습하기로 했지.

그런데 또 열흘쯤 지나자 박자도 그만하면 충분하니 다음 곡을 연습하자는 거야. 그러나 나는 아직 그 곡의 분위기를 알 수 없었어. 그래서 또 열흘쯤 연습했지.

그러자, 이제 분위기도 파악한 듯하니 다음 곡을 연습하자는 거야. 그래도 나는 그 곡을 작곡해낸 작곡자의 인품을 알 수 있을 때까지 더 연습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 날 양자가 매우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내 거문고를 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제 작곡자의 인품까지 알게 되었으리라고 하는 거야.

그 때 나는 조용하고 심오한 기분이 되어 있었지. 그리고 먼 바다의 끝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눈매를 한, 왕자와 같은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고 있었지. 나는 그분이 문왕(文王)임에 틀림없다고 생각을 했어. 그래서 생각한 대로 이야기를 했더니 내 말이 맞다고 했어."

제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들은 공자가 음악을 연습하는 동안에 보았던 문왕의 모습을 그대로 공자의 모습 속에서 발견하고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양자는 문왕의 곡인 줄 알면서 문왕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경지에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았을까요?"

"바로 그거야. 문왕의 모습을 머리에 떠올리고 문왕의 마음을 파악하려면 기술만으로는 안 돼. 진정으로 도를 사랑하고 도를 구하려는 마음, 즉 인생을 개척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비로소 문왕의 곡을 알 수 있는 거야."

"양자는 나중에 선생님을 스승으로 받들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러한 일이 있은 뒤의 일입니까?"

"양자는 상당히 겸손한 사람이었다. 그 때 갑자기 내 아랫자리로 내려가 나에게 절을 했지.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조금만 더 살아 있었으면 진정한 고금의 명인이 되었을 텐데…."


- 下村湖人 <소설 공자>에서 -


***
음악이든 스포츠건 학문이든 모든 것이 다 도에 이르는 길입니다. 다만 겸손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여 근원까지 파고 드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것을 옛 선인들은 격물치지(格物致知)라고 가르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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