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 발표후기 > Artcle

본문 바로가기

마루타 발표후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18

본문

어제 11월25일은 저에게 아주 큰 긴장과 설레임을 갖게 하는 그런 날 이었습니다. 관현악 작품"마루타"가 드디어 소리로 탄생하는 날 이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드레스 리허설을 두고 과연 무엇을 듣고 무엇을 연주 전에 요구할 수 있을 까를 잠못이루는 새벽에 다시 스코어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시부터 시작되는 리허설에 일찍 도착하여 연주자들과 담소를 했지요. 그동안 지하 연습실에서만 듣던 것 과는 달리 다행히? 원했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하더군요.... 마지막에 꼭 고쳐야 했던 비브라폰의 다이나믹과 타악기의 스틱교체를 끝으로 그동안 제가 초연을 준비하면서 해야했던 많은 일들을 마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작품의 리허설을 지켜보면서 아무래도 타악기 연주자들이 너무 푹 파묻혀 있다는 생각과 악기가 보이지 않는 답답함이 계속 느껴져서 결국 무대감독에게 부탁을 했지요. 불평하면서 해 주겠다고 했는데 막상 리허설이 다 끝나고 무대로 가 보니 생각보다 악기를 옮기고 다시 나무단을 올리는 일이 무리였습니다.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만 계속 아쉬웠 더랬지요. 백병동선생님,지휘자이신 강석희 선생님,그리고 작곡가들이 함께 저녁을 간단히 하고 연주를 준비했습니다.

하나 둘 씩 청중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첫번으로 연주될 제 작품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체되는 속에서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전혀 들어보지 못한 sound로 프라임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는 강선생님에게 모든것을 다 맏길 수 밖에 없었지요. 이 순간에 작곡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한전아츠풀의 음향은 아주 않좋은 상태이지만, 그런 악 조건 속에서도 제가 원하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연주 중에 순간 순간 스치는 내 작품에 대한 판단과 문제점을 12분의 길고도 짧은 "마루타"를 통해서 값지게 경험했습니다. 더우기 "마루타"의 내용이 워낙 비통하고, 비참하고 극악무도했던 인간의 종말을 표현하는 것 이어서 더더욱 그 시간이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느세 끝음을 연주했고 저는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기쁨 속에서 무대로 올라가 지휘자와 악수를 하고 프라임필 단원들에게 저의 감사와 청중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실로 긴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았습니다. "마루타"가 초연되는 과정을 이 면에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연주가 되지 못하고 서랍속에 누워있는 작품의 모습은 꼭 관 속에 들어가 있는 살아있는 사람처럼 그렇게 고통스러웠습니다. 더우기 이 작품은 제가 봐도 시각적으로 전혀 무엇을 원하는지 드러나지 않아서 악보만으로는 판단하는데 쉽지 않은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뒷풀이를 끝내고 눈은 반쯤 이미 감긴체로 집에 돌아오는 마음은 계속 하느님께 감사를 표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제가 잘나서 한 것이 전혀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 한 해 특히 11월에 4번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저로서도 무척이나 힘든 한달이었는데,사실 무척 감사할 일 이었지요.
이번 음악회는 올 2003년을 마감하는 작품 발표이기도 했고, 그간 4곡의 초연과 5곡의 재연을 발표하면서 참으로 여러날 연주로 인하여 고통스러웠었습니다. 올해가 유학에서 돌아온지 꼭 13년 째인데 처음으로 작품을 듣고 흥분되고 기쁜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물론 작품에 대한 솔직한 평은 당연히 하고 있지만 그런 작품의 수준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아마도 그 과정 때문에 더더욱 그랬나 봅니다.

대나무의 마디처럼 우리네 삶에도 마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하나의 마디를 마감하고 다시 그 다음의 마디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어제 지휘를 맡으신 강석희 선생님께 이자리를 빌어 진심의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강선생님은 제 삶의 모토와 같은 이야기를 저에게 하더군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라!!!!!!"

작품을 쓰고 그 작품이 발표되는 그 순간까지가 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쓴 작품을 그냥 어두운 서랍속에 눞혀둘 수는 없지요. 작품이 울고 있으니까요.......

"마루타"를 꺼내어 소리로 들을 수 있었던 기쁨은 제게 큰 감동이었습니다.비록 그 내용은 무척이나 암울한 시대를 표현하는 거 였지만......

어제 피곤하고 지쳤을 우리 학생들과 또 바쁘신데도 일부러 오신 여러 선생님들께 이자리를 빌어 다시한번 고마움을 표명해 봅니다. 특히 운지회 백영은회장님을 비롯한 임원 여러분께 진심의 고마움을 전합니다.

감 사 합 니 다!!!!!!!!!!!!!!!!!!!!!!!

조만간에 이곳에 마루타의 리허설과 연주과정을 찍은file을 올려놓겠습니다.

Copyrights 2018 ⓒ Lee Hae-Sung. All rights reserved. 이혜성교수  goyoh6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