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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져가는 다산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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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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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져가는 다산학


우리 연구소에 귀한 손님이 오셨습니다. 경원대학교 음악대의 이혜성교수가 찾아주셨습니다. 이화여대 음대를 나와 비엔나에서 6년 반을 머무르면서 작곡을 공부하고 돌아와 작곡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다산이라는 실학자를 너무 좋아하다 그분의 시에 곡을 붙인 악보를 가지고 연구소에 들르셨습니다. 얼마나 반가운 일이며 신나는 일인가요.

“이 작품에서는 소리안의 복잡함보다는 음과 음 사이의 여유로 유백(留白)의 미(美)를 정악가야금인 법금4대와 장구로 표현하였다. 죽란시사(竹欄詩社)를 시작으로 다산을 주제로 한 연작에 정악정신이 깃들도록 하며, 절기상 국화가 활짝 피는 한로(寒露)의 분위기와 시낭독의 즐거움을 단아하게 표현하고자 했다”라는 작곡자의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다산이 35~6세의 한창 시절에 명례방(明禮坊 : 지금의 명동 지역)에 ‘대나무로 난간을 만든 집[竹欄]’에 시우(詩友)들과 시동인을 조직하여 술 마시며 시를 짓고 꽃구경하면서 시를 지었던 풍류와 낭만의 멋진 삶을 이교수가 좋아하여 그 때의 시에 곡을 붙인 것입니다.

그것도 서양음악이 아닌 가야금, 바로 법금4대와 장구로 연주하는 동양적인 곡조가 아련하게 흐르는 그런 작곡이라니 더욱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철은 가을인데 쌀은 도리어 귀하고
 가난한 집이라도 꽃은 더욱 많다네
 가을빛 속에 꽃이 피어
 다정한 사람들 밤에 서로 찾았지
 술 따르며 시름조차 없애거니
 시가 지어지면 즐거운 걸 어떻게 해
 한치응(韓致應)은 꽤나 단아하더니만
 요즈음 와선 그 또한 열정으로 노래하네
… (‘벗들과 술 마시며 활짝 핀 국화를 바라보다’라는 시 두 편에서 한 편만 보았습니다.)

1년 3개월이 넘는 세월동안 15명의 시 잘 짓던 벗들이 살구꽃 필 때, 복숭아꽃 필 때, 참외가 익을 때, 국화꽃 필 때, 큰 눈이 올 때, 세모에 매화가 필 때 등 일곱 차례 모여서 시주(詩酒)와 풍류를 즐기던 죽란의 시 모임을 가야금 곡으로 작곡했으니 그 멋이 어떻겠습니까.

10월 14일 8시 예술의 전당에서 첫 연주회가 열린다니 기대가 너무 큽니다. 이렇게 다산학이 번지고 있는 것도 기분이 좋기만 합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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