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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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0:5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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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솟대(새 ⇒ 음악) 글: 이해식 (영남대학교 한국음악과 교수)
내가 아는 한 작곡가가 보스톤에 머물러 있을 때 호수 쪽에서 들려오는 신기루 같은 소리가 있어 따라가 보았더니, 그것은 이른 봄날 거대한 호수 표면의 반은 얼음이고 반은 찰랑거리는 물결 위에 떠 있는 얼음 조각들끼리 부딪치는 소리였다고 한다. 그는 호수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니 그 소리는 마치 유리 차임스(glass chimes) 같기고 하고 참으로 신비스러웠다고 하니, 아마 호수 전체가 공명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는 귀국할 날도 다가오는 터에 그 소리를 듣기 위하여 추운 날씨임에도 자주 그 호수의 공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럴 때 나는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허(虛)에서 생겨나서 자연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피와 맥박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流通)케 한다(樂也者, 出於天而寓於人, 發於虛而成於自然, 所以使人心感, 而動盪血脉流通精神也)
는 ????악학궤범????(樂學軌範) 「서문」(序文)을 떠올린다.
????악학궤범???? 서문은 중국의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바탕을 두고 쓴 거로 보이는데 ????예기????보다는 더 음악의 근원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서문을 선호하고 또 자주 인용한다.
호수 표면을 표류하는 얼음 조각들이 부딪쳐서 호수를 공명하여 들리는 소리는 호수면의 표면 장력으로 물 위에 떠 있으면서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서 마침내 이역 나그네(exotic stranger)의 귓전을 울린 것이다. 이거야 말로 하늘과 자연이라는 허무에서 생긴 신비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움직였으니 이것은 곧 소리(음악)의 근원이 하늘과 사람과 자연에 있음인즉, 이게 바로 천(天)ㆍ인(人)ㆍ지(地) 삼극(三極)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imitation)이라고 말했음에도 그는 음악가들을 신분이 낮은 사람으로 내려 보았다. 하긴 유럽의 음악가들이 귀족에게 고용되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실제로 프랑스 혁명(French Revolution, 1789) 이전까지의 음악가들은 일반적으로 하인들과 동류(同類)로 취급되었다. 우리 나라 조선 시대에도 악공(樂工, 연주자)이나 의녀(醫女)들은 노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J. J. Rousseau, 1712~1794) 말을 상기하면서 자연에서 먼저 새(鳥 bird)를 찾아보겠다. 자연에서 유달리 새를 찾음은 새는 하늘과 땅과 물속과 같이 어느 곳에서든 자유이며 신과 인간을 통신하는 중개자가 되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인간의 가장 큰 바램의 하나는 새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다님이었다. 그리스 신화 중에 이카루스(Icarus)가 밀랍으로 날개를 달고서 태양 가까이 접근했다가 그만 밀랍이 녹아서 에게해(海)에 추락하여 익사하고 말았는데, 에게 바다에 있는 이카리아섬은 이 신화와의 관련이다. 그 후로도 인간이 새처럼 날고자 하는 자유의지와 미지 세계를 알고자 하는 추구욕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비행(飛行) 스케치로 남겼고, 마침내 1903년에 미국의 라이트 형제(Orville and Wilbur Wright)는 59초 동안에 260m를 비행했다.
동양 사람들의 새에 관한 생각은 우선 새를 통하여 자연의 소리를 들음이다. 3700여 년 전의 중국 신화에서 황제는 음악가(樂人) 영륜을 오늘날의 중앙아시아 이슬람(Islam) 북쪽 지역으로 보냈는데, 영륜은 그곳 산기슭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꺾어서 봉황(鳳凰)의 울음소리에 맞추어 황종(黃鐘)의 음고(音高 pitch)를 얻었다. 봉황은 중국 신화 속의 전설적인 새인데 이 새에 여러 동물이 복합되어 있음은(多生命) 동양 생명주의(生命主義)의 집합이다. 12율에 생명체로써 운동 곡선이 흐름은 이와 같은 생명주의 관련이다.
봉황과 황종
왼쪽: 중국음악에서는 12율의 근본이 되는 황종 음고를 전설적인 봉황의 울음소리에 맞추었다. 봉황은 여러 동물이 복합된 다생명주의(多生命主義) 새이며, 12율에도 생명주의의 운동곡선이 흐른다. 베이징 이화원( )에 있는 봉황 형상. 2008. 2. 25. Sony DSC-T5 녹화/이 구.
오른쪽: 특종(特鐘)은 봉황의 울음소리에서 음고를 얻은 편종의 황종 음고와 동일하다. 종틀 위 세 마리의 새는 완전이라는 삼극(三極)을 상징한다. 孔紀 2559年 春期 釋奠에서 登歌에 진설된 특종.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T5 녹화/이해식.
또한 전설에 의하면 재위 기간이 590~604년인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비둘기가 불러주는 성가를 경청하여 썼다고 하는데 여기서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동양의 인류는 신의 사자(使者, messenger)인 새의 울음소리에서 음악의 바탕이 되는 음고를 얻고, 카톨릭에서는 신이 계시한 음악을 들어서 오늘날까지도 서양음악의 바탕이 되는 소중한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가 되었다.
우리 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인 죽향(竹鄕) 이생강의 저대 산조에서 울려 나오는 너무도 흡사한 새소리는 누구도 본 따를 수 없을 그만의 다양한 산조 mordents이며 character이다. 판소리 <적벽가>에서 조조가 공명의 동남풍으로 대패한 후에 쫓기면서 귀에 들리는 새소리를 묘사하는 구슬픈 새타령은 전쟁 후의 참상이나 다름없다. 내가 1970년대에 KBS 라디오의 국악 프로듀서일 때, 지금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한승호(1923~)를 종종 나의 프로그램에 초청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부르던 서편제 적벽가에서 새타령은 그만의 독특한 목구성이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생강의 저대 산조에서 새소리는 누구도 본받기 어려운 그만의 독특한 character이다. 李生剛 傳統大笒散調 硏究發表會 -대나무 소리 四0년-. 1987. 3. 1. 문예회관 대극장/서울. Nikon F3 촬영/이해식.
또 거문고 virtuoso 신쾌동(1910~1977)이 거문고 병창으로 부르는 남도쪼(南道調) 새타령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역시 판소리 virtuoso인 김소희(1917~1995)가 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천구성으로 부른 일련의 남도잡가 중에서 <새타령>을 기억한다. 민중에 널리 회자된 <새야 새야>를 나는 동학(東學) 관련의 유도동기(誘導動機, leit motif)로 본다. 이와 같이 동양에서는 자연 상태에 있는 새를 노래 부름에 대하여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프리 메이슨 오페라 「마술피리」(魔笛 Die Zauberflöte)에서는 파파게노가 피리를 불면서 새 잡는 사나이임을 자랑한다.
유럽에서 초기 바로크 음악의 연주가들은 … 그들의 개인 감정의 표현을 추출해 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네들은 정열적인 표현을 피했고, 18세기에 와서는 그토록 갈구되었던 <감정>을 되도록 기피했다. 오직 그들의 연주가 비개성적이도록 노력하였다. 이때부터 동물이나 새나 곤충- 뻐꾸기나 닭, 벌 같은 곤충들의 성음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경향이 유행했다. 특히 1650년경의 독일 음악가들에게는 이같은 비개성적인 음향들은 일종의 상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 객관적인 음향들은 인간을 그들 자신의 위치보다도 훨씬 드높게 끌어올리는 신비스런 위력을 가진 것으로 믿고 있었다[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서울: 汎潮社, 1981), 207쪽].
위의 인용문은 실은 자연의 소리를 추적하여 가장 개성적인 연주를 함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한층 드높이려는 의도의 우회적인 서술(敍述)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보기로 우선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사계」(四季 Le Quattro Stagioni)를 꼽을 수 있다.
비발디는 그의 「사계」에서 새소리를 연주하도록 <봄> 제1악장에 새가 우는 소리(Il canto gl′ Ucelli)를, <여름> 제1악장에 산비둘기(La torforetta) 소리를 써 넣었다. 우리 나라 국악 연주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界)는 이해식이 편곡한 비발디 「사계」 <가을>을 초연한 데서 비롯되었다.
자연에 대한 흥미가 숭고한 장면에만 한정되어 있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비발디보다 103년 후에 그의 「전원」(田園) 교향곡 제2악장 끝에서 fluteㆍoboeㆍclarinet 3중주로 전원의 새소리를 내도록 작곡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낭만파 작곡가들은 흔히 자연을 풍경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중에서도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은 당시 험구(險口)로 유명했던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클럼(George Clumb)은 바다 밑의 고래와 같은 생물들의 미세한 소리를 그의 작품으로 끌어들여서 그만의 특이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
다성음악(多聲音樂 polyphony)의 대표적인 푸가(fugue)는 flight의 의미를 가진 Latin어 fugere가 그 어원이다. flight에 “(새가) 떼를 지어 날다”라는 의미가 있음으로 보면 주제와 응답으로 변주 전개되는 푸가의 여러 성부(聲部 part)들은 각기 자유로운 새들의 조감(鳥瞰 view)이고 생태가 아닐까 한다.
솟대
새는 창공을 조감(鳥瞰 view)함으로써 인간이 선망하는 적이 되고 인간의 뜻을 신에게 전하는 messenger 역할도 한다. 이해식 작곡 「현대인을 위한 춤덜구」 중에는 연주자들이 오색 ribbon을 잡고 솟대를 돌면서 추는 덜구춤(솟대춤)이 있다.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이지영)연주회, 2003. 8/24~ 25.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Sony DSC-P7 녹화/이해식.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고래로부터 높은 장대 위에 새를 얹은 솟대가 신과의 통신 수단이었다. 이러한 솟대는 지금도 우리 전원의 여러 마을에 서 있다. 아래 인용문은 솟대와 관련된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 작품 소개의 일부이다.
…. 고대로부터 우리 나라 곳곳에 세워진 솟대는 장대를 세우는 입간(立竿) 민속으로써 마을의 태평과 풍농을 보장하는 수호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솟대에 물새를 얹어 놓음은 물새가 하늘과 땅과 물에서 신과의 통신이 가장 자유스러운 messenger이기 때문이다(우리 나라 아악 타악기에는 모두 새가 올려져 있다).
무당(shaman)이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神通者- 라는 고대적 의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열린 피아노는 하늘을 향한 솟대이며, 독주자는 건반으로 신에게 모르스 부호를 연타(連打)하는 무당이다. 이때 나의 작품은 오로지 무당만이 통신하는 굿책(굿을 하는 文書)이 된다. 이러한 나의 다른 굿책으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1번」(2000)ㆍ「플루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두레맞이」(2001)ㆍ「국악원 삼바 -그리움으로 부르는 노래-」(2003)ㆍ「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질내기」(2004) 등이 있다[이해식.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창작음악회-협주동화(協奏同化). 지휘/김종수, 피아노 /이향아,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위 인용문에서 우리의 농경 민속신앙인 솟대에 관하여 짤막하게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솟대와 관련하여 이해식이 작곡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위로 열려 있는 피아노를 현대의 <악기 솟대>로, 피아노 연주자를 제의를 집전하는 사제(司祭)로, 악보는 전례(典禮) 문서로 본다. 농경 사회에서 온 마을이 동구(洞口)에 서 있는 솟대에 공명하듯(솟대가 마을을 수호한다는 의미), 솟대 피아노는 제장(祭場: 연주장)을 공명한다. 이해식의 블로그 www.blog.daum.net/hsik42 카테고리 동영상 춤두레 제2번에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피아노 솟대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피아노는 현대의 <악기 솟대>이며, 피아노 연주자는 사제이며, 악보는 전례문서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piano/이향아, conductor/조정수.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이 제작한 동영상 capture).
우리 나라 아악 타악기에는 거의 새가 앉아 있는데 내가 이것을 <악기 솟대>라고 부름은 악기의 울림이 곧 신의 울림이어서 그러하며 아악(雅樂), 즉 제의(祭儀)로써 수시로 자연신과 통신하는 안테나이기 때문이다. 악기 솟대는 또 맨 처음 ????악학궤범???? 「서문????과 같이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허(虛)에서 생겨나서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이해식의 블로그 www.blog.daum.net/hsik42 카테고리 「솟대와 적석」은 이들 악기 솟대의 현장을 모아 둔 site이다.
아악기 솟대
왼쪽: 헌가에 진설된 노도(路鼗) 위에 백로가 앉아 있다. 孔夫子 誕降 2557년 秋期釋奠에서. 2006. 9. 25.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V1 녹화/이해식. .
가운데: <문묘제례악>에서 등가(登歌 댓돌)에 진설된 편경과 특경. 음고는 편종ㆍ특종과 동일하다. 편경 위 다섯 마리 새는 오행을, 특경 위의 세 마리 새는 삼극을 상징한다. 孔紀 2559年 秋期釋奠에서.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T5, 녹화/이해식.
오른쪽: 선유락에서 돛대 위에 앉아 있는 백로. VHS: Sound from Antiquities and Melody of nature에서 capture. 국립국악원.
악기 위의 새들이 날개를 펴고 꼬리를 들고 있음은 접신(接神 또는 通信) 중임을 의미한다
지금도 우리의 전원 여러 마을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솟대가 자연신과 사람과의 통신 수단이라면, TV 또는 사람끼리 통신하는 휴대 전화 등의 중계 안테나는 현대 도회(都會)의 <안테나 솟대>이다. 이때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는 일종의 <휴대 솟대>, 또는 <이동 솟대>이다. 이를테면 인간 개개인이 솟대가 되는 셈이며, 이것은 듣고자 하는 인간의 소통 본능을 충족하는 최고의 편의이자 방편이다. 여기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솟대의 원형(archetype)은 새이고 새는 솟대의 정점(top)이다. 이것은 곧 인간이 새떼(조류(鳥類))임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새떼는 새들의 집회(集會)다.
안테나 솟대
휴대전화 중계 안테나는 사람끼리 통신하는(interact) 현대 도회(都會)의 <안테나 솟대>이다. 왼편 아파트 옥상의 TV 안테나와 대조적이다. 2008. 5. 6. 군포에서. Sony DSC-V1 녹화/이해식.
C.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그가 23세 때(1831) 비글(Beagle)호를 타고 세계를 일주할 때, 특히 갈라파고스 섬(Galapagos Island)에서 방울새(finch)에 주목하였다. 1859년에 출판된 그의 대저(大著)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에 집회를 가지는 새의 생태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혹시 새들의 집회가 사람보다 앞서지는 않았는지? 아래 인용문은 찰스 다윈이 그의 진화론에서 새소리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말한다.
대부분의 종(種)의 수컷 사이에는, 노래에 의해 암컷을 유혹하려는 경쟁이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몇 종류의 조류들은 집회(集會)를 갖는데, 이 모임에 참가한 수컷은 저마다 매우 조심스런 몸짓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날개를 맵시있게 펴서 천천히 모양을 부린다. 또한 수컷들은 암컷 앞에서 제각기 기묘한 배우 노릇을 해 보이기도 한다[Charles Robert Darwin(朴萬奎 譯), ????種의 起源????(서울: 三省出版社, 1985), 31ㆍ124쪽].
다윈의 방울새(Darwin′s finch)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이 방울새(finch)와 거북이의 생태 관찰을 기초로 하여 ????종의 기원????을 저술하였다. 그래서 그는 갈라파고스 섬을 살아있는 진화의 실험실이라고 불렀다[EBS 다큐프라임 「봄, 갈라파고스섬」, 두 번째 이야기 2008. 4. 1. 11:10 pm].
솟대와 가로등
솟대가 신을 향한 위로의 통신이라면 가로등은 아래를 향하여 사람을 밝히는 솟대다. 인간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솟대를 형상화하거나 상징하는 방편들을 지속적으로 세운다. 사진에서 마치 새떼와 같이 여러 개의 솟대를 세워 놓고 새에 안테나와 같은 나뭇가지를 붙인 것은 자연과의 신속한 다면(多面) 통신을 위함으로 본다. 제4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2004. 9. 6. 부여 백마강 변 구드레, Sony DSC-V1 녹화/이해식.
새도 집회를 가진다면 그것은 이른 바 새의 사회(鳥類社會)일진데 그렇다면 솟대는 새 사회의 상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솟대는 고대로부터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능과 상징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시카고의 어느 호수를 공명하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유럽 낭만파 시대의 소설가이며 비평가인 빌헤름 하인제(Johann Jakob Wilhelm Heinse, 1746~1803)의 음악말로 연결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순수한 음악은 다른 모든 상상력의 개념과는 달리 신경과 모든 청각기관을 자극하여 우리의 내부 감정을 변화시킨다. ……전신(全身)이 공명을 일으키게 된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생생한 신경의 계속적인 진동, 즉 내적 음악에 불과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새로운 관념과 느낌은 내부 진동의 상태를 증대 또는 감소시키며, 강화 또는 약소시킨다. 음악은 신경을 특이한 방법으로 자극하여 독특하고 유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즉 글로써는 형언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음악은 내부 감정을 외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며 모든 언어의 표현을 선행하고 동반하며 그 뒤를 따르는 모든 것을 표현한다[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서울: 汎潮社, 1981), 288쪽].
참고 문헌
Antonio Vivaldi, Le Quattro Stagioni(四季) Op. 8 No. 1~4, 서울: 台林出版社 TR 83, 1988.
Charles Robert Darwin(朴萬奎 譯), ????種의 起源????, 서울: 三省出版社, 1985.
Donald J. GroutㆍClaude V. PaliscaㆍJ. Peter Burkholder(민은기 外 옮김),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 (제7판 상), 서울: 이앤비풀러스, 2007.
Hugo Leichtentritt(金晋均 譯), ????音樂의 歷史와 思想????, 서울: 螢雪出版社, 1975.
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 서울: 汎潮社, 1981.
WEBSTER′S NEW WORLD DICTIONARY SECOND COLLEGE EDITION 1984, ISBN 0-671-41814-9.
宋芳松, ????樂掌謄錄硏究????, 慶山: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0.
송혜진 글ㆍ강운구 사진, ????韓國 樂器????, 서울: 悅話堂, 2000.
????樂學軌範????Ⅰ, 서울: 민족문화추진회, 1979.
呂不韋(鄭英昊 편역), ????呂氏春秋????, 서울: 자유문고, 1992.
李昌培, ????韓國歌唱大系????, 서울: 弘人文化社, 1976.
이해식, “황종에 관하여,” 晩堂 李惠求 博士 ????白壽頌祝論文集????(서울: 晩堂 李惠求 博士 白壽頌祝論文集 刊行委員會, 2008), 557~587쪽.
사진
EBS 다큐프라임 「봄, 갈라파고스섬」 두 번째 이야기, 2008. 4. 1. 11:10 pm.
VHS: Sound from Antiquities and Mekody of nature. 국립국악원.
孔夫子 誕降 2557년 秋期釋奠. 2006. 9. 25. 서울 成均館 大成殿.
孔紀 2559年 秋期釋奠,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봉황 형상, 2008. 2. 25. 베이징 이화원.
李生剛 傳統大笒散調 硏究發表會 -대나무 소리 四0년-, 1987. 3. 1. 문예회관 대극장/서울.
제4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2004. 9. 6. 부여 백마강 변 구드레.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이지영)연주회, 2003. 8/24~ 25.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휴대전화 중계 안테나,. 2008. 5. 6. 군포.
내가 아는 한 작곡가가 보스톤에 머물러 있을 때 호수 쪽에서 들려오는 신기루 같은 소리가 있어 따라가 보았더니, 그것은 이른 봄날 거대한 호수 표면의 반은 얼음이고 반은 찰랑거리는 물결 위에 떠 있는 얼음 조각들끼리 부딪치는 소리였다고 한다. 그는 호수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니 그 소리는 마치 유리 차임스(glass chimes) 같기고 하고 참으로 신비스러웠다고 하니, 아마 호수 전체가 공명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그는 귀국할 날도 다가오는 터에 그 소리를 듣기 위하여 추운 날씨임에도 자주 그 호수의 공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고 하는데, 이럴 때 나는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허(虛)에서 생겨나서 자연에서 이루어짐으로써,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피와 맥박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流通)케 한다(樂也者, 出於天而寓於人, 發於虛而成於自然, 所以使人心感, 而動盪血脉流通精神也)
는 ????악학궤범????(樂學軌範) 「서문」(序文)을 떠올린다.
????악학궤범???? 서문은 중국의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바탕을 두고 쓴 거로 보이는데 ????예기????보다는 더 음악의 근원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서문을 선호하고 또 자주 인용한다.
호수 표면을 표류하는 얼음 조각들이 부딪쳐서 호수를 공명하여 들리는 소리는 호수면의 표면 장력으로 물 위에 떠 있으면서 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날려서 마침내 이역 나그네(exotic stranger)의 귓전을 울린 것이다. 이거야 말로 하늘과 자연이라는 허무에서 생긴 신비한 소리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움직였으니 이것은 곧 소리(음악)의 근원이 하늘과 사람과 자연에 있음인즉, 이게 바로 천(天)ㆍ인(人)ㆍ지(地) 삼극(三極)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322)는 예술은 자연의 모방(imitation)이라고 말했음에도 그는 음악가들을 신분이 낮은 사람으로 내려 보았다. 하긴 유럽의 음악가들이 귀족에게 고용되어서 생계를 유지하고 또 그렇게 되기를 바라기도 했지만, 실제로 프랑스 혁명(French Revolution, 1789) 이전까지의 음악가들은 일반적으로 하인들과 동류(同類)로 취급되었다. 우리 나라 조선 시대에도 악공(樂工, 연주자)이나 의녀(醫女)들은 노비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J. J. Rousseau, 1712~1794) 말을 상기하면서 자연에서 먼저 새(鳥 bird)를 찾아보겠다. 자연에서 유달리 새를 찾음은 새는 하늘과 땅과 물속과 같이 어느 곳에서든 자유이며 신과 인간을 통신하는 중개자가 되기 때문이다.
유사 이래 인간의 가장 큰 바램의 하나는 새처럼 창공을 훨훨 날아다님이었다. 그리스 신화 중에 이카루스(Icarus)가 밀랍으로 날개를 달고서 태양 가까이 접근했다가 그만 밀랍이 녹아서 에게해(海)에 추락하여 익사하고 말았는데, 에게 바다에 있는 이카리아섬은 이 신화와의 관련이다. 그 후로도 인간이 새처럼 날고자 하는 자유의지와 미지 세계를 알고자 하는 추구욕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가 비행(飛行) 스케치로 남겼고, 마침내 1903년에 미국의 라이트 형제(Orville and Wilbur Wright)는 59초 동안에 260m를 비행했다.
동양 사람들의 새에 관한 생각은 우선 새를 통하여 자연의 소리를 들음이다. 3700여 년 전의 중국 신화에서 황제는 음악가(樂人) 영륜을 오늘날의 중앙아시아 이슬람(Islam) 북쪽 지역으로 보냈는데, 영륜은 그곳 산기슭에서 자라는 대나무를 꺾어서 봉황(鳳凰)의 울음소리에 맞추어 황종(黃鐘)의 음고(音高 pitch)를 얻었다. 봉황은 중국 신화 속의 전설적인 새인데 이 새에 여러 동물이 복합되어 있음은(多生命) 동양 생명주의(生命主義)의 집합이다. 12율에 생명체로써 운동 곡선이 흐름은 이와 같은 생명주의 관련이다.
봉황과 황종
왼쪽: 중국음악에서는 12율의 근본이 되는 황종 음고를 전설적인 봉황의 울음소리에 맞추었다. 봉황은 여러 동물이 복합된 다생명주의(多生命主義) 새이며, 12율에도 생명주의의 운동곡선이 흐른다. 베이징 이화원( )에 있는 봉황 형상. 2008. 2. 25. Sony DSC-T5 녹화/이 구.
오른쪽: 특종(特鐘)은 봉황의 울음소리에서 음고를 얻은 편종의 황종 음고와 동일하다. 종틀 위 세 마리의 새는 완전이라는 삼극(三極)을 상징한다. 孔紀 2559年 春期 釋奠에서 登歌에 진설된 특종.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T5 녹화/이해식.
또한 전설에 의하면 재위 기간이 590~604년인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비둘기가 불러주는 성가를 경청하여 썼다고 하는데 여기서 비둘기는 성령의 상징이다. 그러니까 동양의 인류는 신의 사자(使者, messenger)인 새의 울음소리에서 음악의 바탕이 되는 음고를 얻고, 카톨릭에서는 신이 계시한 음악을 들어서 오늘날까지도 서양음악의 바탕이 되는 소중한 그레고리안 성가(Gregorian chant)가 되었다.
우리 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인 죽향(竹鄕) 이생강의 저대 산조에서 울려 나오는 너무도 흡사한 새소리는 누구도 본 따를 수 없을 그만의 다양한 산조 mordents이며 character이다. 판소리 <적벽가>에서 조조가 공명의 동남풍으로 대패한 후에 쫓기면서 귀에 들리는 새소리를 묘사하는 구슬픈 새타령은 전쟁 후의 참상이나 다름없다. 내가 1970년대에 KBS 라디오의 국악 프로듀서일 때, 지금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한승호(1923~)를 종종 나의 프로그램에 초청한 적이 있는데 그때 그가 부르던 서편제 적벽가에서 새타령은 그만의 독특한 목구성이었음을 지금도 기억한다.
이생강의 저대 산조에서 새소리는 누구도 본받기 어려운 그만의 독특한 character이다. 李生剛 傳統大笒散調 硏究發表會 -대나무 소리 四0년-. 1987. 3. 1. 문예회관 대극장/서울. Nikon F3 촬영/이해식.
또 거문고 virtuoso 신쾌동(1910~1977)이 거문고 병창으로 부르는 남도쪼(南道調) 새타령을 아직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역시 판소리 virtuoso인 김소희(1917~1995)가 나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천구성으로 부른 일련의 남도잡가 중에서 <새타령>을 기억한다. 민중에 널리 회자된 <새야 새야>를 나는 동학(東學) 관련의 유도동기(誘導動機, leit motif)로 본다. 이와 같이 동양에서는 자연 상태에 있는 새를 노래 부름에 대하여 모차르트( Wolfgang Amadeus Mozart, 1756~1791)의 프리 메이슨 오페라 「마술피리」(魔笛 Die Zauberflöte)에서는 파파게노가 피리를 불면서 새 잡는 사나이임을 자랑한다.
유럽에서 초기 바로크 음악의 연주가들은 … 그들의 개인 감정의 표현을 추출해 내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네들은 정열적인 표현을 피했고, 18세기에 와서는 그토록 갈구되었던 <감정>을 되도록 기피했다. 오직 그들의 연주가 비개성적이도록 노력하였다. 이때부터 동물이나 새나 곤충- 뻐꾸기나 닭, 벌 같은 곤충들의 성음을 그대로 재현하려는 경향이 유행했다. 특히 1650년경의 독일 음악가들에게는 이같은 비개성적인 음향들은 일종의 상징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었으며, 이들 객관적인 음향들은 인간을 그들 자신의 위치보다도 훨씬 드높게 끌어올리는 신비스런 위력을 가진 것으로 믿고 있었다[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서울: 汎潮社, 1981), 207쪽].
위의 인용문은 실은 자연의 소리를 추적하여 가장 개성적인 연주를 함으로써 인간의 가치를 한층 드높이려는 의도의 우회적인 서술(敍述)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보기로 우선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의 「사계」(四季 Le Quattro Stagioni)를 꼽을 수 있다.
비발디는 그의 「사계」에서 새소리를 연주하도록 <봄> 제1악장에 새가 우는 소리(Il canto gl′ Ucelli)를, <여름> 제1악장에 산비둘기(La torforetta) 소리를 써 넣었다. 우리 나라 국악 연주는 물론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가야금 앙상블 사계>(四界)는 이해식이 편곡한 비발디 「사계」 <가을>을 초연한 데서 비롯되었다.
자연에 대한 흥미가 숭고한 장면에만 한정되어 있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비발디보다 103년 후에 그의 「전원」(田園) 교향곡 제2악장 끝에서 fluteㆍoboeㆍclarinet 3중주로 전원의 새소리를 내도록 작곡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낭만파 작곡가들은 흔히 자연을 풍경으로 받아들였는데 그 중에서도 멘델스존(Jakob Ludwig Felix Mendelssohn-Bartholdy, 1809~1847)의 「핑갈의 동굴」(Fingal′s Cave)은 당시 험구(險口)로 유명했던 바그너(Wilhelm Richard Wagner, 1813~1883)조차 칭찬을 아끼지 않은 작품이다. 클럼(George Clumb)은 바다 밑의 고래와 같은 생물들의 미세한 소리를 그의 작품으로 끌어들여서 그만의 특이한 작품을 남기고 있다.
다성음악(多聲音樂 polyphony)의 대표적인 푸가(fugue)는 flight의 의미를 가진 Latin어 fugere가 그 어원이다. flight에 “(새가) 떼를 지어 날다”라는 의미가 있음으로 보면 주제와 응답으로 변주 전개되는 푸가의 여러 성부(聲部 part)들은 각기 자유로운 새들의 조감(鳥瞰 view)이고 생태가 아닐까 한다.
솟대
새는 창공을 조감(鳥瞰 view)함으로써 인간이 선망하는 적이 되고 인간의 뜻을 신에게 전하는 messenger 역할도 한다. 이해식 작곡 「현대인을 위한 춤덜구」 중에는 연주자들이 오색 ribbon을 잡고 솟대를 돌면서 추는 덜구춤(솟대춤)이 있다.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이지영)연주회, 2003. 8/24~ 25.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Sony DSC-P7 녹화/이해식.
한편 우리 나라에서는 고래로부터 높은 장대 위에 새를 얹은 솟대가 신과의 통신 수단이었다. 이러한 솟대는 지금도 우리 전원의 여러 마을에 서 있다. 아래 인용문은 솟대와 관련된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 작품 소개의 일부이다.
…. 고대로부터 우리 나라 곳곳에 세워진 솟대는 장대를 세우는 입간(立竿) 민속으로써 마을의 태평과 풍농을 보장하는 수호신의 성격을 띠고 있다. 솟대에 물새를 얹어 놓음은 물새가 하늘과 땅과 물에서 신과의 통신이 가장 자유스러운 messenger이기 때문이다(우리 나라 아악 타악기에는 모두 새가 올려져 있다).
무당(shaman)이 특별한 능력의 소유자 -神通者- 라는 고대적 의미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의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열린 피아노는 하늘을 향한 솟대이며, 독주자는 건반으로 신에게 모르스 부호를 연타(連打)하는 무당이다. 이때 나의 작품은 오로지 무당만이 통신하는 굿책(굿을 하는 文書)이 된다. 이러한 나의 다른 굿책으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1번」(2000)ㆍ「플루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두레맞이」(2001)ㆍ「국악원 삼바 -그리움으로 부르는 노래-」(2003)ㆍ「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질내기」(2004) 등이 있다[이해식.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창작음악회-협주동화(協奏同化). 지휘/김종수, 피아노 /이향아,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위 인용문에서 우리의 농경 민속신앙인 솟대에 관하여 짤막하게 설명하였는데 이러한 솟대와 관련하여 이해식이 작곡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위로 열려 있는 피아노를 현대의 <악기 솟대>로, 피아노 연주자를 제의를 집전하는 사제(司祭)로, 악보는 전례(典禮) 문서로 본다. 농경 사회에서 온 마을이 동구(洞口)에 서 있는 솟대에 공명하듯(솟대가 마을을 수호한다는 의미), 솟대 피아노는 제장(祭場: 연주장)을 공명한다. 이해식의 블로그 www.blog.daum.net/hsik42 카테고리 동영상 춤두레 제2번에서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 동영상을 볼 수 있다.
피아노 솟대
이해식 작곡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두레 제2번」에서 피아노는 현대의 <악기 솟대>이며, 피아노 연주자는 사제이며, 악보는 전례문서이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piano/이향아, conductor/조정수.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국립국악관현악단이 제작한 동영상 capture).
우리 나라 아악 타악기에는 거의 새가 앉아 있는데 내가 이것을 <악기 솟대>라고 부름은 악기의 울림이 곧 신의 울림이어서 그러하며 아악(雅樂), 즉 제의(祭儀)로써 수시로 자연신과 통신하는 안테나이기 때문이다. 악기 솟대는 또 맨 처음 ????악학궤범???? 「서문????과 같이 “악(樂)이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깃들고, 허(虛)에서 생겨나서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이해식의 블로그 www.blog.daum.net/hsik42 카테고리 「솟대와 적석」은 이들 악기 솟대의 현장을 모아 둔 site이다.
아악기 솟대
왼쪽: 헌가에 진설된 노도(路鼗) 위에 백로가 앉아 있다. 孔夫子 誕降 2557년 秋期釋奠에서. 2006. 9. 25.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V1 녹화/이해식. .
가운데: <문묘제례악>에서 등가(登歌 댓돌)에 진설된 편경과 특경. 음고는 편종ㆍ특종과 동일하다. 편경 위 다섯 마리 새는 오행을, 특경 위의 세 마리 새는 삼극을 상징한다. 孔紀 2559年 秋期釋奠에서.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Sony DSC-T5, 녹화/이해식.
오른쪽: 선유락에서 돛대 위에 앉아 있는 백로. VHS: Sound from Antiquities and Melody of nature에서 capture. 국립국악원.
악기 위의 새들이 날개를 펴고 꼬리를 들고 있음은 접신(接神 또는 通信) 중임을 의미한다
지금도 우리의 전원 여러 마을에 남아 있는 전통적인 솟대가 자연신과 사람과의 통신 수단이라면, TV 또는 사람끼리 통신하는 휴대 전화 등의 중계 안테나는 현대 도회(都會)의 <안테나 솟대>이다. 이때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기는 일종의 <휴대 솟대>, 또는 <이동 솟대>이다. 이를테면 인간 개개인이 솟대가 되는 셈이며, 이것은 듣고자 하는 인간의 소통 본능을 충족하는 최고의 편의이자 방편이다. 여기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솟대의 원형(archetype)은 새이고 새는 솟대의 정점(top)이다. 이것은 곧 인간이 새떼(조류(鳥類))임이나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새떼는 새들의 집회(集會)다.
안테나 솟대
휴대전화 중계 안테나는 사람끼리 통신하는(interact) 현대 도회(都會)의 <안테나 솟대>이다. 왼편 아파트 옥상의 TV 안테나와 대조적이다. 2008. 5. 6. 군포에서. Sony DSC-V1 녹화/이해식.
C.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은 그가 23세 때(1831) 비글(Beagle)호를 타고 세계를 일주할 때, 특히 갈라파고스 섬(Galapagos Island)에서 방울새(finch)에 주목하였다. 1859년에 출판된 그의 대저(大著)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에 집회를 가지는 새의 생태가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혹시 새들의 집회가 사람보다 앞서지는 않았는지? 아래 인용문은 찰스 다윈이 그의 진화론에서 새소리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말한다.
대부분의 종(種)의 수컷 사이에는, 노래에 의해 암컷을 유혹하려는 경쟁이 극심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믿고 있다. …몇 종류의 조류들은 집회(集會)를 갖는데, 이 모임에 참가한 수컷은 저마다 매우 조심스런 몸짓으로 그들의 아름다운 날개를 맵시있게 펴서 천천히 모양을 부린다. 또한 수컷들은 암컷 앞에서 제각기 기묘한 배우 노릇을 해 보이기도 한다[Charles Robert Darwin(朴萬奎 譯), ????種의 起源????(서울: 三省出版社, 1985), 31ㆍ124쪽].
다윈의 방울새(Darwin′s finch)
다윈은 갈라파고스 섬에서 이 방울새(finch)와 거북이의 생태 관찰을 기초로 하여 ????종의 기원????을 저술하였다. 그래서 그는 갈라파고스 섬을 살아있는 진화의 실험실이라고 불렀다[EBS 다큐프라임 「봄, 갈라파고스섬」, 두 번째 이야기 2008. 4. 1. 11:10 pm].
솟대와 가로등
솟대가 신을 향한 위로의 통신이라면 가로등은 아래를 향하여 사람을 밝히는 솟대다. 인간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솟대를 형상화하거나 상징하는 방편들을 지속적으로 세운다. 사진에서 마치 새떼와 같이 여러 개의 솟대를 세워 놓고 새에 안테나와 같은 나뭇가지를 붙인 것은 자연과의 신속한 다면(多面) 통신을 위함으로 본다. 제4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2004. 9. 6. 부여 백마강 변 구드레, Sony DSC-V1 녹화/이해식.
새도 집회를 가진다면 그것은 이른 바 새의 사회(鳥類社會)일진데 그렇다면 솟대는 새 사회의 상징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솟대는 고대로부터 자연과 사람을 연결하는 기능과 상징은 변함이 없다. 그러면 시카고의 어느 호수를 공명하던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유럽 낭만파 시대의 소설가이며 비평가인 빌헤름 하인제(Johann Jakob Wilhelm Heinse, 1746~1803)의 음악말로 연결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
순수한 음악은 다른 모든 상상력의 개념과는 달리 신경과 모든 청각기관을 자극하여 우리의 내부 감정을 변화시킨다. ……전신(全身)이 공명을 일으키게 된다.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생생한 신경의 계속적인 진동, 즉 내적 음악에 불과하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 새로운 관념과 느낌은 내부 진동의 상태를 증대 또는 감소시키며, 강화 또는 약소시킨다. 음악은 신경을 특이한 방법으로 자극하여 독특하고 유쾌한 기분을 자아낸다. 즉 글로써는 형언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의사소통 방법이다. 음악은 내부 감정을 외적으로 대변하는 것이며 모든 언어의 표현을 선행하고 동반하며 그 뒤를 따르는 모든 것을 표현한다[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서울: 汎潮社, 1981), 288쪽].
참고 문헌
Antonio Vivaldi, Le Quattro Stagioni(四季) Op. 8 No. 1~4, 서울: 台林出版社 TR 83, 1988.
Charles Robert Darwin(朴萬奎 譯), ????種의 起源????, 서울: 三省出版社, 1985.
Donald J. GroutㆍClaude V. PaliscaㆍJ. Peter Burkholder(민은기 外 옮김),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 (제7판 상), 서울: 이앤비풀러스, 2007.
Hugo Leichtentritt(金晋均 譯), ????音樂의 歷史와 思想????, 서울: 螢雪出版社, 1975.
Hugo Lichtentritt(韓明熙 譯), ????音樂思潮史????, 서울: 汎潮社, 1981.
WEBSTER′S NEW WORLD DICTIONARY SECOND COLLEGE EDITION 1984, ISBN 0-671-41814-9.
宋芳松, ????樂掌謄錄硏究????, 慶山: 嶺南大學校 出版部, 1980.
송혜진 글ㆍ강운구 사진, ????韓國 樂器????, 서울: 悅話堂, 2000.
????樂學軌範????Ⅰ, 서울: 민족문화추진회, 1979.
呂不韋(鄭英昊 편역), ????呂氏春秋????, 서울: 자유문고, 1992.
李昌培, ????韓國歌唱大系????, 서울: 弘人文化社, 1976.
이해식, “황종에 관하여,” 晩堂 李惠求 博士 ????白壽頌祝論文集????(서울: 晩堂 李惠求 博士 白壽頌祝論文集 刊行委員會, 2008), 557~587쪽.
사진
EBS 다큐프라임 「봄, 갈라파고스섬」 두 번째 이야기, 2008. 4. 1. 11:10 pm.
VHS: Sound from Antiquities and Mekody of nature. 국립국악원.
孔夫子 誕降 2557년 秋期釋奠. 2006. 9. 25. 서울 成均館 大成殿.
孔紀 2559年 秋期釋奠, 2008. 5. 11. 서울 成均館 大成殿.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5회 정기연주회, 2007. 11. 29.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봉황 형상, 2008. 2. 25. 베이징 이화원.
李生剛 傳統大笒散調 硏究發表會 -대나무 소리 四0년-, 1987. 3. 1. 문예회관 대극장/서울.
제45회 한국민속예술축제, 2004. 9. 6. 부여 백마강 변 구드레.
한국현대음악앙상블(CMEK/이지영)연주회, 2003. 8/24~ 25. 국립국악원 예악당/서울.
휴대전화 중계 안테나,. 2008. 5. 6. 군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