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가? 그래도 가라 > Artcle

본문 바로가기

막막한가? 그래도 가라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08

본문

막막한가? 그래도 가라



조정래 선생이 20년 동안 대하소설 삼부작을 완성하면서 정신적으로는 물론이요 육체적으로도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하도 오래 꼼짝 않고 앉아서 글을 쓴느 바람에 엉덩이에 곰팡이가 필 지경이었고, 오른팔이 마비되는가 하면, 탈장 수술까지 받았다. 사람도 안 만나고 술도 안 마시고, 글 쓰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하루에 13시간 이상씩 중노동을 계속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최소한 하루에 원고지 30매씩은 꼬박꼬박 채워 갔다. 그래도 대하소설 10권을 쓰려면 5년은 걸린다.

선생도 절망감을 느꼈다. 원고지 1만 5,000장이다. 생각의 범주를 뛰어넘을 정도로 너무 많거나 멀면 오히려 비현실적이어서 실감이 안 난다. 태백산맥 280여 명, 아리랑 600여 명, 한강 400여 명... 등장인물의 수다. 선생은 호흡이 멈출 것 같은 급박한 심정으로 한 매듭을 써 놓고 나면 또 다른 사건이 밀려와, 끝없이 밀려드는 파도를 타는 것 같은 절박한 심정으로 4~5년을 산다고 했다. 그 암담할 정도로 아득한 길을 어떻게 달려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다른 것은 없었다. 그냥 썼다. 계속 썼다. 잘 쓸 때까지. 글은 대개 뜻대로 될 때보다 안 될 때가 더 많은 법이다. 선생은 글이 안 써지면 기분 전환한다고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떠나기보다 더욱 책상에 바짝 붙어 앉아 마음먹은 대로 쓰일 때까지 썼다.

위대함은 평범함 속에 있었다. 조정래 선생이 그걸 깨닫게 해 주었다. 대가도 허망함을 느낄 때가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심지를 굳게 하라는 것, 막막함을 돌파하는 데 특별한 비결 따위는 없으니 그냥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것.

(이주형, 그래도 당신이 맞다 중에서)

Copyrights 2018 ⓒ Lee Hae-Sung. All rights reserved. 이혜성교수  goyoh6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