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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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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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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923 회 -
부끄러움을 모르는 세상

옛날의 경전을 읽어보면 맹자(孟子)처럼 부끄러움에 대한 논의를 많이 했던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동양철학 핵심의 하나인 ‘사단(四端)’에서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의(義)의 단(端)”이라는 정의를 내려 부끄러울 치(恥)와 수오지심을 함께 거론하여 인간 내면의 수치스러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했습니다. 『맹자(孟子)』에 “사람에게 있어서 부끄러워함은 중대한 일이다. (恥之於人大矣:盡心上)”라고 선언하여 수치심이 인간의 일에서 지니는 의미가 대단하다는 말을 했습니다.

주자(朱子)는 부연해서 설명합니다. “부끄러움이란 나의 마음속에 지닌 고유한 수오지심이다. 부끄러운 마음이 있다면 성현의 지위에 나아갈 수 있으나 부끄러운 마음을 잃어버리면 짐승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니 매우 중대한 일이다”라고 해석하고, 다산은 “그 남만 같지 못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남과 같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不恥不若人 何若人有)”라고 해석하여 착한 일을 하는 사람과 같은 일을 하지 못함을 부끄러워할 때에만 남과 같이 착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없다면 주자의 설명처럼 짐승의 세계로 추락하고 말 것이라는 의미로 설명했습니다.

맹자·주자·다산의 부끄러움에 대한 의미를 종합하면 인간은 자신의 잘못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반성하고 후회할 때에 진보할 수 있지만, 아무리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짐승과 어떤 차이가 있겠느냐라고 뜻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 나라 역사를 되돌아보아도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운 마음은커녕, 오히려 무엇이 잘못이냐고 당당하게 대들어야만 잘나가고 크게 출세하는 역사였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조선왕조의 말엽, 매국노들은 전혀 부끄러워할 줄 모르고 훈장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친일에 앞장서야만 고관대작이 되어 권력과 부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아갔습니다. 왜정 36년간 친일파들만 승승장구로 부귀호강을 누렸고, 해방을 맞아서도 친일파들만 고관대작의 지위를 유지하며 호의호식하고 살았습니다. 부끄럽기는커녕 애국자로 둔갑하여 자랑스러운 생을 유지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독재시대를 주도한 권력자들은 어떤 정권에서도 부끄러움을 모르고 승승장구 잘 나가는 삶만 살았습니다.

요즘은 더욱 그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온갖 잘못, 헌법에 위반되고 법률에 어긋난 행위를 하고도 궤변만 제대로 늘어놓으면 만사가 해결되어 승진하고 더 대접받는 지위에 오르고 있으니, 맹자·주자·다산이 살아 있다면 이제는 어떤 논리로 우리에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세상이 무섭습니다. 분명하게 저지른 범죄행위나 몰염치한 처신에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고 뻔뻔하게 큰소리만 치고 있으니, 이 나라가 가는 방향은 어디일까요.

철면피가 아니고 후안무치한 인간들이 아니고서는 대접받고 살아가지 못하는 세상, 하늘에 호소해도 하늘은 귀를 닫고 철면피들에게 벌을 내리지 않으니 어찌해야 할까요.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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