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우칠 줄 모름이 진짜 허물이다” > Artcle

본문 바로가기

“뉘우칠 줄 모름이 진짜 허물이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46

본문

- 제 874 회 -

 

“뉘우칠 줄 모름이 진짜 허물이다”

 

 

 

 

 

1800년 6월, 일세의 현명한 군주이던 정조대왕이 49세를 일기로 붕어하고 말았습니다. 한때 천주교에 관계했다는 이유로 반대파들의 모함과 비방에 시달리던 정약전·정약용 두 형제는 유일한 이해자이던 정조조차 세상을 떠나자, 아무런 희망이 없어 짐을 챙겨 고향인 마재로 낙향하고 말았습니다. 그 무렵 정약전은 자신의 서재 이름을 「매심재(每心齋)」라 부르고 다산은 「여유당(與猶堂)」이라는 당호로 불렀습니다. 정약전은 자신의 서재 이름에 대한 ‘기(記:해설하는 내용)’를 글 잘하는 아우 다산에게 지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약전은 ‘매심’이라고 이름 지은 이유를 설명해주었습니다. “매심(每心)은 글자를 합하면 ‘회(悔:후회하고 뉘우침)’라는 글자가 되니 잘못을 후회하며 뉘우치는 삶을 살아가려는 뜻”이라고 풀이까지 해주었습니다. 이에 다산은 주공(周公)과 공자(孔子) 같은 성인들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성인이라도 잘못이 없을 수 없지만, 후회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그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성인이 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강조하는 내용의 ‘기’를 지었습니다. “성인이냐 광인(狂人)이냐는 뉘우칠 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周公)라는 글귀를 인용하고, “비록 주공 같은 성인의 아름다운 재질을 지니고도 교만하고 뉘우칠 줄 모르면 성인일 수 없는데 그 이외의 사람들이야 말해서 무엇하랴.”(孔子)라는 대목도 인용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반성하고 후회하여 잘못을 뉘우친다면 허물을 벗어날 수 있지만, 죄악을 저지르고, 헌법적 가치를 짓밟아 놓고도 반성하고 후회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이 나라의 근현대사를 되돌아보면 공자나 다산의 생각에서 벗어나 반성하고 후회하며 잘못을 뉘우칠 줄 모르는 사람들만이 세상을 주도하는 나라가 되고 말았으니 이런 통탄스러운 현상이 천하 어디에 있을 수 있는가요.

 

나라를 망하게 하는데 갖은 죄악을 저지른 사람들이 일제에 빌붙어 부귀 호강을 누리고 살았던 친일파들은 일제시대는 말할 것 없이 현재까지도 떵떵거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방 이후 자유당 독재정권에 빌붙어 갖은 악행을 자행한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살며 부귀 호강을 누렸으며, 군사정권에 의지해 간첩을 조작하고 고문으로 온갖 인권을 말살했던 사람들만 세상의 주류가 되서 지도자의 반열에서 행세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들처럼 반성을 모르고, 후회를 느끼지 않는 철면피들에게 역사적 단죄를 내리려 한다니 얼마나 통쾌한 일인가요.

 

이름하여 「반헌법 행위자 열전」(가칭)을 간행하겠다는 우리 시대의 의인들이 나타났다는 보도를 보면서 이제야 올 것이 오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그 훌륭한 일을 기획한 분들에게 칭찬과 찬사의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공이나 공자께서도 반성과 후회를 최고의 덕목으로 꼽았는데, 반민족·반헌법·반인권의 그런 무서운 죄악을 저지르고도 후회하는 느낌도 없는 그들을 역사적으로라도 응징하는 일이 시작된다니, 우리 모든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그런 일이 아름다운 결실을 맺도록 힘을 합해줍시다.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Copyrights 2018 ⓒ Lee Hae-Sung. All rights reserved. 이혜성교수  goyoh6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