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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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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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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622 호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 
금강스님 (전남 해남 미황사 주지)


  ‘가버린 것을 쫓을 수 없고 장차 올 것을 기약하지 못한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것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다.’

  다산 선생 어록에 나오는 구절이다. 세상살이에 이보다 적확한 표현이 있을까 싶어 가슴에 품고 산다. 내게도, 때때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즐겨 되뇌고 들려주는 구절이다.

  며칠 전 친구처럼 지내는 교수 한분이 찾아왔다. 십 삼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했는데 여러 가지 갈등이 있어서 다른 일을 찾아볼까 한다고 했다. 학생들을 보면 말투와 행동에서 선입견이 먼저 생겨나고, 기대감보다 실망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서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번에도 다산 선생의 혜안을 들려주었다.
 
 

  “현재가 즐겁지가 않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즐거움은 없습니다. 하는 일을 바꾼다한들 새로움은 잠시뿐입니다. 그곳에서 또다시 기대감은 실망으로 변할 겁니다. 다른 곳을 향한 시선을 거두어 지금, 여기를 주목하세요. 즐거움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선생의 말씀을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런 말이 아닐까 싶다.

  나는 백장 스님의 법문도 들려주었다.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겠다는 말로 유명한 백장스님. 짧은 세 줄 법문이 있다.

  첫 번째 구절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다. 학생들 중에서 공부 잘하고, 고분고분 말 잘 듣고, 마음에 드는 학생을 선택하는 순간 나머지 다른 학생들은 나와 갈등구조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한 쪽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모든 개별의 학생들이 세세하게 눈에 들어왔을 거라는 말이다. 분별은 언제나 갈등을 자초한다.

  두 번째 구절은 그 버림 마저 버리는 것이다. 각각에 대한 집착함을 버리면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학생 개개인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즐겁다는 것이다. 마음이 달라지면 학생들과 만남이 고달픔에서 기다림으로 바뀌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세 번째 구절은 통찰과 자비심 가득한 마음이다. 지금 지도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은 귀한 인연으로 만났다. 얼마나 소중한 만남인가.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그들에게 무엇을 전할 것인가. 그들 삶을 넓고 깊게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늘 그런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난다면 그들 또한 큰 동량으로 성장할 것이며 그것이야 말로 가르치는 자로서 최고의 행복 아니겠는가.
 
 

  지난 겨울에 사십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서울에서 찾아왔다.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각기 전공 분야는 달랐다. 경복궁을 복원하고 있는 유명한 목수, 소나무를 잘 그리는 한국화가, 작곡가, 만화가, 차문화 연구가들이었다.

  “여기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여기 모이신 분들은 어떻게 보이십니까?”

  사십 명이 한 그루의 소나무를 보지만 이미 그 소나무는 한 그루가 아니었다. 사십 그루의 소나무였다. 모두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자신의 눈으로 소나무를 보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은 소나무의 본래 면목은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시각을 고집한 탓에 또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이다. 그것을 일러 어리석음이라한다. 어디 소나무뿐이겠는가.

  우리는 늘 어떤 문제가 눈앞에 있을 때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서 바라보거나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할까에 무게를 두고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판단은 그릇된 결과를 낳아 아쉬움으로 가슴을 치게 한다. 매순간 깨어있음이 나의 삶을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깨어있음은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을 일러 수행이라 한다. 그 속에 현재를 사는 가장 큰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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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금강스님
· 전남 해남 미황사 주지
· 조계종 교수아사리
· 저서 : <땅끝 마을 아름다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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