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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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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8-02-2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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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과 스티브 잡스
 


세계적인 IT 천재 잡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애도의 물결이 전 세계로 번지면서 인간의 천재성이 발휘하는 창조행위가 인류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를 똑똑히 보여주었습니다. 에디슨이나 포드의 전기와 자동차 혁명에 견주면서 인간의 능력이 극대화될 때 미치는 영향력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가 우리 인류에게 던진 짤막한 경구(驚句)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에서 더욱 큰 의미로 부각되어, 많은 울림을 선사해주기도 했습니다.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그가 외쳤던 어떤 대학에서의 연설 내용이 두고두고 세상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주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갈망하고 끊임없이 우직스러움을 유지해야”만 어떤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그의 인생관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사랑보다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야 했고,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교를 자퇴한 뒤 온갖 고초를 겪으며 젊은 시절을 보내야 했으며, 사업에 대성하여 큰 기업의  CEO가 되었으나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밀려나는 뼈저린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그가 결코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끝내는 세계적인 창조자의 한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힘은 바로 ‘stay′ 라는 지속성·항구성·끊임없는 투혼에 있었다는 것을 그의 삶이 온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잡스보다 200년 전에 태어난 다산 정약용의 인생관이나 철학에도 그에게 못지않은 지속성과 항구성, 끊임없는 투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천재성을 타고난 점에서도 그렇거니와 18 년의 유배생활, 18 년의 미복권 상태로 생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불우한 삶에서 그는 단 하루도 절망이나 좌절감은 느낀 적이 없이 밤낮을 쉬지 않고 학문연구와 세상을 구하는 저술에만 몰두했던 실학자였습니다. 역적죄로 처벌받아 세상의 버림을 받았고, 집안은 폐족이 되어 희망을 지닐 수 없는 불행한 처지에서도 그는 줄곧 새로운 세상을 만들 대안 마련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다산은 동양 유학의 핵심과제의 하나인 「중용(中庸)」이라는 경전에 나오는 ‘중용’의 해석에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해석을 내렸습니다. 주자학에서는 ‘용(庸)’을 ‘평상(平常)’으로 여겨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은 보편성으로 해석했는데, 다산은 평상일 수 없음을 밝혀, ‘오래 버틸 수 있어야 귀하게 여긴다(能久爲貴)’ 라고 설명합니다. 『주역』의 ‘항구불이(恒久不已)’와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인용하여 ‘유상(有常)’의 개념으로 해석했습니다. 항구토록 그만두지 않고, 쉼 없이 계속 노력하는 일로 해석하여 의욕을 끝까지 밀고감을 뜻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잡스는 ‘혁신’을 외쳤고, 다산은 ‘신아구방(新我舊邦)’이라 외치며 국가를 통째로 개혁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잡스의 위대함도 찬양해야지만, 다산의 탁월한 선견지명에도 존경심을 표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 것, 내 것의 훌륭함도 찬탄하는 자존심을 키워야할 것 같습니다.

박석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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